교육산업이 무풍지대(無風地帶)의 영역을 고수하고 있다. 경기침체가 사회 각 분야에 광범위하게 걸쳐 있지만, 교육산업만큼은 예외인 것 같다. 오히려 성장세를 지속하는 양상이다. 단적인 사례가 있다. 한국은행이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2008년 4분기~2009년 1분기 가계 교육비 지출액은 총 40조5,200억 여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 같은 기간(39조1,500억원) 보다 3.5%
증가했다. 이는 2005년의 30조800억원에 비해 무려 10조원 이상 늘어난 것이다. 미국발 세계경제 위기가 터져 국민생활이 어려워졌던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교육비 지출은 오히려 늘었다는 얘기다. 실질소득이 감소하고 있었지만 다른부문 지출은 줄이면서까지 교육비 지출은 상승했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다.
교육산업의 약진은 더욱 두드러진다. 지난해 4월 현재 국내 교육산업은 8년여 만에 가장 큰 폭의 성장률을 보였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사교육비 경감 대책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교육산업은 오히려 상종가를 치고 있는 것이다.
이 기간 교육서비스업 생산은 2008년 같은 기간에 비해 13.3% 늘었다. 2000년 9월(20.2%) 이후 8년7개월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6.5%에 그쳤던 전월보다 2배 넘는 증가율을 보인 것이다. 다른 산업과 뚜렷이 비교되는 대목이다. 지난해 4월 광공업 생산 증가율은 1년 전 동월 대비 8.2% 떨어졌고, 운수업(-10.9%) 등 대부분의 서비스업이 마이너스권으로 추락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교육서비스업의 이같은 폭발적인 증가세에 힘입어 전체 서비스업 성장률도 지난해 3월 마이너스 0.7%에서 한달 뒤에는 1.6%로 돌아섰다. 교육산업의 멈추지 않는 약진은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교육전문가들은 일단 학원 창업이 느는 것과 무관치 않다고 보고 있다. 대기업 등에서 퇴직한 고학력자를 중심으로 학원 신설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학원총연합회측은
"사실 학원은 수요보다 공급이 많아 어려움을 겪는 학원들이 적지 않다"며"하지만 사교육에 대한 욕구가 여전해 학원수는 오히려 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교육산업계에서는 이같은 오프라인 학원 외에도 인터넷을 통해 강의를 하는 온라인학원과 개인과외, 학원형 학습지 등 다양한 형태의 교육서비스의 출현도 한몫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특히 정부가 더욱 의욕을 보이고 있는 방과후 학교도 교육산업의 새로운 영역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교육산업이 번창할 수록 가계의 사교육비 부담은 커지는 것은 간단치 않은 문제다. 경기침체 영향으로 지난해 가구당 월평균 지출은 전년 보다 2% 가량 줄었으나, 교육비 지출은 1년전 보다 4% 가까이 늘었다. 금액으로 따지면 월 평균 30만원 가량의 부담이 더 생겼다. 이 중 온·오프라인 학원비와 개인과외비 등이 차지하는 비중이 70% 이상 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해법은 공^사교육의 적절한 조화다. 정부가 공교육에 대한 투자를 지금보다 더욱 늘려야만 국민들의 사교육비 부담이 줄어들고, 불필요한 사교육이 근절되는 계기가 마련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진단이다.
김진각기자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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