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장병 46명의 목숨을 앗아간 천안함 침몰은 군의 허술한 전력을 그대로 보여 준 충격적 사고였다. 전력이 단단하다는 평가를 받아 온 서해 북방한계선(NLL) 부근에서 벌어진 일이라 충격은 더욱 컸다. 이에 따라 사고를 일으킨 세력을 비판하기에 앞서 서해에서 군 전력을 점검하는 것이 먼저라는 지적이 높다.
우선 NLL 접적 수역에서 해군의 작전개념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북한이 주로 400톤 미만의 소형 함정을 이 수역에 배치한 반면, 남한은 한국형 구축함(4,500톤급), 이지스구축함(7,600톤급), 최신예 유도탄고속함(440톤급) 등을 배치해 성능과 규모에서 북한을 압도하고 있다는 게 대체적 평가였다. 군은 이 같은 전력 우위를 바탕으로 그동안 대함 작전에 주력해 왔다.
반면 수심이 낮은 서해에서는 잠수함 침투와 기동이 쉽지 않을 것으로 봤고 북한의 대잠 작전 능력 역시 중시하지 않았다. 군의 이 같은 안이한 인식은 이번 사고 직후 북한의 비대칭 전력에 소홀히 대비했다는 비판으로 이어졌다. 군은 북한이 무기 체계가 앞선 남한 군함을 공격하기 위해 신형 미사일과 잠수함, 유도 어뢰와 스텔스 어뢰까지 지속적으로 개발해 왔다고 예측은 했지만 얼마나 능동적으로 대비했는지는 의문이다.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안보통일연구부장은 "이번 사고를 보면 군이 잠수함 등 북한의 비대칭 전력에 충실히 대응할 수 있는 전력을 갖췄는지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대양 해군을 목표로 한 해군의 전력 증강 방향도 현존하는 위협 세력을 억제하는 방향으로 바뀔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 사고가 군의 심증대로 북한의 소행이라면 북한의 움직임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한 것을 스스로 자인하는 셈이 된다. 취약함이 드러난 초계함의 음파탐지 기능을 대폭 향상해야 한다는 주장이 잇따르고 있는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나왔다고 볼 수 있다. 군 관계자는 "대양 해군을 외치기 전에 NLL 등 코앞에 닥친 위협부터 제대로 대비하라는 의견을 많이 듣고 있다"고 전했다.
군은 사고 직후 뒤늦게 서해의 전력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기존 시스템보다 탐지 거리와 해상도가 3배 향상된 신형 열상감시장비(TOD)를 2012년까지 배치하고 음파탐지장비와 초계함의 레이더 성능을 개선하는 등 대잠 전력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2020년까지 4,000명에서 800명으로 감축하려 했던 서해5도 주둔 해병대 병력을 그대로 유지하고 북한의 장사정포를 탐지하는 대포병레이더와 K_9 자주포를 추가로 도입해 고정 배치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전력 증강도 중요하지만 정신적 대비 태세 강화와 기존 장비를 효율적으로 운용하지 못한 것에 대한 반성이 병행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백승주 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장은 "천안함이 북한 소행이라면 북한이 전쟁에서 이기진 못해도 피해를 줄 수 있는 군사력을 갖추고 있다는 걸 보여 준 셈"이라며 "이번 사고를 군이 억제력을 기르고 새롭게 안보 태세를 재정비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전면전뿐만 아니라 비정규전과 국지전 등 다양한 전투 상황을 상정해 두고 북한의 재래식 전력을 재평가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