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낮 경북 구미시와 상주시 등 낙동강의 4대강살리기사업 공사 현장. 준설 작업 중인 현장마다 수십 대의 굴삭기와 트럭들이 굉음을 울리며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민족의 젖줄인 4대강을 홍수와 환경오염, 농업용수 걱정 없는 녹색 지대로 만들겠다는 이 사업이 평균 10% 안팎의 공정률을 보이며 현장도 한껏 힘을 받은 분위기였다.
하지만 이날 둘러본 낙동강 공사 현장에서는 편법이 활개치고 있었다. 16조9,000억원이 투여되는 이 사업을 마감 시한인 내년 말까지 마치기 위해 무리하게 밀어붙인 것이 화근이었다.
뿌연 흙먼지를 날리며 진행되는 농지리모델링 공사는 대표적 편법 사례였다. 정부에 따르면 사업 가운데 보 건설과 하상정비 등은 1군건설업체들이 맡고, 리모델링을 통한 준설토 처리는 한국농어촌공사가 전담한다.
하지만 농어촌공사는 시간에 쫓겨 리모델링 공사의 최종 청사진을 아직 만들지 못했고, 당연히 시공업체도 선정하지 못했다. 이러자 농어촌공사는 1군업체들에게 리모델링 공사까지 임시로 대행하게 하고 있다. 이들은 단지 ‘추후 농어촌공사가 선정하는 리모델링 업체와 대금을 정산한다’는 지침 하나에 의존해 사업인가는 물론, 설계도와 계약서도 없이 공사를 벌이고 있는 것이다.
행정 처리도 편법투성이다. 리모델링을 위해 농어촌정비법을 적용할 경우 기본조사에서 사업시행, 인허가에 100일 넘게 걸린다. 하지만 정부와 농어촌공사는 최근 ‘설계 중 개략설계로 시행인가를 신청하고, 인가 전 보상비의 선 집행을 검토하라’는 공문을 내렸다.
사업이 이렇게 속도 중심으로 가다 보니 안전에 신경 쓸 리 만무하다. 밤에 둘러본 낙동강 30, 32, 33공구 등 공사 현장들은 위험한 상황에서 준설 작업를 강행하고 있었다. 이들은 낙동강 본류에 물이 흐르는 방향으로 모래 둑을 대충 쌓은 뒤 밤에도 쉼 없이 바닥을 파내고 있었는데 모래 둑이 물살에 터질 경우 큰 사고로 이어질 우려가 컸다.
이모(50) H토목회사 대표는 “야간에 공사를 강행하다 둑이 터질 경우 피해를 가늠하기 힘들다”며 “공기에 맞추기 위해 현장소장들이 실적 경쟁에 나서다 보니 무리수를 두는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성과에 급급한 공사 주체와 주민 간에는 보상과 소음 등을 둘러싼 마찰도 끊이지 않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보상팀은 지난해 12월 경북 상주시 사벌면 주민들을 면사무소로 한꺼번에 불러 보상계약을 체결한 후 이를 취소해 갈등을 빚었고, 대구 강정보 건설 현장 인근에서는 지난해 말부터 소음으로 3차례나 공사중지명령을 받은 업체가 공기를 이유로 공사를 강행, 주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사벌면 매협리 주민 김모(58)씨는 “LH 보상팀이 지난해 12월10일 이장의 주민들의 인감증명서까지 첨부토록 한 뒤 계약을 체결, 같은 해 12월25일까지 영농보상금 등 1300여만원을 받게 돼 있었지만 회사 측이 일방적으로 파기했다”며 “이 보상팀은 당시 한꺼번에 주민들과 계약을 한 공로로 4,000만원의 상금을 타기도 했는데 무슨 조화인지 모르겠다”고 비난했다.
구미ㆍ상주= 글ㆍ사진 김용태 기자 kr888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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