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레그 자민당 당수가 영국의 양당 체제를 무너뜨렸다."
15일 밤 개최된 영국 사상 첫 총리후보(당수) TV 토론회에서 자유민주당 닉 클레그(43) 당수가 예상을 뒤엎고 데이비드 캐머런(44) 보수당 당수와 노동당의 고든 브라운(59) 총리를 압도했다고 16일 BBC, 인디펜던트 등 영국언론이 일제히 보도했다. 이런 기세라면 노동당과 보수당 양당 체제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TV토론을 주관한 ITV가 토론 이후 실시한 설문에서 응답자 중 43%가 클레그 당수의 손을 들어줬다. 애초 우위가 예상됐던 캐머런 당수는 26%에 그쳤고, 브라운 총리는 20%를 기록했다. 더타임스와 포풀루스 공동조사에서는 응답자 가운데 무려 61%가 클레그 당수를 승자로 꼽았고, 캐머런 당수와 브라운 총리는 각각 22%와 17%에 머물렀다.
영국 언론들은 클레그 당수가 토론 내내 강한 인상을 남겼다고 전했다. 말솜씨는 열정적이었으며, 태도 또한 여유로워 나머지 두 명을 압도하기에 충분했다는 것.
특히 총리가 막대한 자금을 썼다는 문제를 놓고 노동당과 보수당이 서로를 비난하자, 양당을 향해 "두 당 모두에게 깨끗한 정치를 하지 못한 책임이 있다"고 몰아세우는 등 두 거대 정당에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시청자를 응시하며 "똑같이 구태에 빠진 정당들을 지지하라는 소리를 더 이상 참지 말라"고 말해 자신이 대안임을 강조하는 등 줄곧 우세를 보였다고 영국 언론은 평가했다.
인디펜던트는 "자민당 지지자들은 클레그 당수를 통해 영국 정치가 역사상 처음으로 3당 체제로 접어들었다는 희망을 갖게 됐다"고 평가했다.
여론조사에서 1ㆍ2위에 뒤쳐진 3위를 달리던 클레그 당수의 TV토론 선전으로 다음달 6일 예정된 총선 향배가 더욱 가늠하기 힘들게 됐다고 언론들은 전했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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