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2007 시즌을 앞두고 경남FC에 입단한 브라질 출신의 공격수 까보레. 2003년 브라질 프로무대에 입성하기 전까지 그는 아마추어 리그에서 뛰는, 철저한 무명선수였다. 당시 브라질 전지훈련에서 공격수를 물색 중이던 박항서(현 전남 드래곤즈 감독) 경남 감독이 현지 TV중계를 보던 중 까보레의 가능성을 한 눈에 알아챘고, 영입에 나서면서 까보레의 한국행은 결정됐다.
기대 이상이었다. 까보레는 K리그 26경기에 출전, 18골 8도움의 놀라운 득점포를 쏘아 올리며 데뷔 첫해 득점왕을 차지했다. 전천후 공격수인 까보레를 앞세운 경남은 그 해 정규리그 4위로 6강 티켓을 거머쥐었다. 까보레를 역대 최고의 용병 가운데 한 명으로 꼽는 이유다. 까보레는 국내 무대에서의 활약을 발판 삼아 이듬해 일본 프로축구 J리그 FC도쿄를 거쳐 지난해 카타르의 알 아라비로 다시 적을 옮겼다.
까보레의 공백은 클 수밖에 없었다. 경남은 2008년 8위, 지난해 7위로 번번이 6강 챔피언십에 오르지 못한 채 중위권에 머물러야 했다.
그러나 '쏘나타 K리그 2010' 시즌은 다르다. '제2의 까보레' 루시오(26)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까보레와 같이 브라질 출신의 공격수 루시오는 14일 현재 K리그 7경기에 나서 무려 8골 1도움을 기록하고 있다. 득점 선두는 물론 공격포인트 1위(9개), PK득점 1위(3개) 등 웬만한 공격 부문 선두에 죄다 이름을 올리며 펄펄 날고 있다. 임대료와 연봉 포함 70만 달러(약 7억8,000만원)로, 다른 외국 용병보다 낮은 몸값임에도 불구하고 만점 활약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루시오는 당시 까보레처럼 많은 면이 닮았다. 조광래 감독은 2009 시즌이 끝나자마자 구단 관계자를 브라질로 보내 '숨은 보석' 찾기에 나섰다. 루시오도 까보레처럼 2부 리그에서 뛰었는데, 지난 시즌 브라질 2부리그 아메리카 RN 소속으로 33경기에서 15골을 기록했다. 루시오 영입 작업 당시 일본 유수의 클럽과 브라질 내 여러 클럽에서 '러브콜'이 잇달았을 만큼 가능성이 풍부한 선수로 평가 받았다. 조 감독이 이를 놓칠 리 없었다.
루시오가 펄펄 날면서 경남은 3위(4승2무1패ㆍ승점 14점)를 달리고 있다. 당초 6강 진출이 목표였는데, 이제는 우승으로 기분 좋은 '궤도 수정'을 해야 할 판이다. 경남이 '어게인 2007' 4위를 넘어 올 시즌 우승컵을 들어 올릴 수 있을지는 루시오의 발 끝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종한 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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