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별 수능 성적은 '학생을 어떻게 가르쳤나'보다는 '어떤 학생을 뽑았느냐'가 더욱 중요하게 작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분석에 따르면 전국 단위로 학생을 선발한 학교의 수능 성적이 추첨 배정 방식으로 신입생을 받은 학교와 해당 지역 단위에서 학생을 뽑은 학교보다 월등히 높았다.
언어 영역의 경우 전국 단위 선발 학교의 표준점수 평균은 103.6점으로 추첨배정 학교(101.9점), 광역 단위 선발 학교(96.7점)보다 높았다. 1등급 학생 비율도 전국단위 선발 학교가 13.1%인데 반해 추첨 배정학교 3.9%, 광역 단위 선발 학교 3%에 그쳤다.
이같은 전국 단위 선발 학교의 위력은 외국어와 수리 영역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1등급 비율이 22.1%(외국어), 24.4%(수리 '나'), 11.7%(수리 '가')에 이를 정도로 압도적이었다. 추첨배정과 광역단위 선발 학교는 전 영역에서 1등급 비율이 5%를 넘지 않았다. 수능 1등급이 상위 4%인 점을 감안하면 전국 단위 선발 학교에 우수 학생이 과도하게 몰려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다.
2010학년도 수능을 치른 학생들이 고교에 입학했던 2007학년도에 전국 단위 선발을 했던 학교는 전국적으로 총 153개였다. 강원 횡성 민족사관고, 전북 상산고, 울산 현대 청운고 등 자립형사립고와 충남 한일고, 공주사대부고, 전북 익산고, 경남 거창고 등 자율학교, 부산의 한국영재학교 등이 해당된다. 대부분의 외국어고도 지난해 입시부터 지역 단위 선발 방식으로 바뀌었지만 당시에는 전국 모집이 가능했다.
동훈찬 전국교직원노조 정책실장은 "학교간의 공정한 출발점에서의 경쟁이 아닌 고교 선발효과의 결과물이라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분석했다.
한편 사립학교의 수능 평균이 모든 영역에서 국ㆍ공립 고교보다 높았다. 여고는 외국어, 남고는 수리 영역에서 상대적으로 점수가 각각 높았다. 남녀공학 학교는 모든 영역에서 남고, 여고에 비해 점수가 낮았다.
한준규 기자 manb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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