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월드컵 중계방송권을 둘러싼 지상파 TV 3사의 이전투구가 점입가경이다. KBS에 이어 MBC까지 SBS를 상대로 민ㆍ형사상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혀 법정싸움으로까지 번질 조짐이다. 두 방송사는 모든 책임을 SBS에게 돌렸다. 애초 SBS가 코리아풀(스포츠 합동방송)을 깼고, 최근 협상에서도 무리한 요구를 하는 등 억지 주장으로 사실상 공동중계를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다고 비난했다. 상업방송이 국가적 행사를 이익 추구의 도구로 전락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SBS는 "힘의 논리로 약속을 어겼던 두 방송사가 법적 조치를 말하는 것은 협박을 통해 방송권을 뺏으려는 의도"라고 맞받아쳤다. 최근의 협상이 무위로 끝난 것도 역시 KBS가 현실적인 해결책(실제 중계권의 공동 부담)은 제시하지 않고 고압적인 자세로 일관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안방에 가면 시어머니 말이 옳고 부엌에 가면 며느리 말이 옳듯이, 시비를 가리기가 쉽지 않다. 때문에 법정에 가서라도 그것을 가려보겠다는 KBS와 MBC의 결정을 탓할 생각은 없다. 다만 그 모습이 너무나 볼썽사납다. 담합이라도 한 듯 차례로 기자회견을 통해 같은 주장과 비난을 반복한 것은 우연이라고 치자. KBS는 뉴스 프로그램까지 동원해 SBS를'국부를 유출시킨' 불법적이고 부도덕한 집단으로 장시간 매도했다. 상업방송에까지 공공성과 공익성을 강조하며 월드컵 공동중계를 요구하는 KBS가 자기 합리화와 특정방송사 비난에 이렇게 공공의 재산인 전파를 낭비해도 되는지 궁금하다.
물론 월드컵 중계 갈등의 1차적 책임은 합의를 깬 SBS에 있지만 과거의 전례나 중계권 협상 전후 사정을 보면 KBS와 MBC의 잘못도 적지 않다. 그래 놓고는 수수방관하다가 막바지에 부랴부랴 달려들어 양보와 타협보다 상대 비난과 감정싸움에 매달리고 있다. 겉으로는 보편적 시청권과 월드컵 중계의 공공성을 들먹이지만, 속은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확인한 시청률과 수익, 여론의 비난 때문임은 두 말할 필요도 없다. 이런 속셈과 감정싸움으로는 어떤 해결방법도 나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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