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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과 함께 찾아온 '연극축제'/ 개성만점 신작들의 향연, 관객이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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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과 함께 찾아온 '연극축제'/ 개성만점 신작들의 향연, 관객이 즐겁다

입력
2010.04.13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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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은 봄에 열매 맺는다. 26일부터 5월 23일까지 펼쳐지는 '2010 서울연극제', 23일부터 7월 11일까지 열리는 '남산예술센터 2010 시즌 프로그램'은 신작의 향연장이다. 예리한 주제와 새로운 형식으로 연극이 당대를 수용하는 길을 보여준다.

각각 '관객들과 소통하는 진정한 연극 축제'와 '동시대성과 실험성'을 기치로 내걸었다. 그러나 주제적인 측면이든 형식적 관점이든, 당대에 대한 연극적 발언의 모델이 되고자 하는 점에서는 한 치의 양보도 없다. 이같은 큰 행사가 동시에 가능한 것은 지난해 재개관한 남산예술센터(480석)가 연전에 개관한 명동예술극장(522석), 대학로예술극장(504석) 등과 함께 중극장 시대를 열어가고 있는 덕분이다.

올해로 31회 맞는 서울연극제

1977년 대한민국연극제라는 이름으로 시작해 300여편의 신작을 한국연극사에 등재시킨 서울연극제는 올해가 31회다. 7편의 창작극을 중심으로 꾸민 이번 행사에서는 4편이 초연이다. 지난해 6월 '창작 초연 중심의 현대연극 제작 극장'을 모토로 재개관한 남산예술센터는 'Contemporary & New Wave'라는 이름 아래 창작극 7편과 해외 초청작 3편 등을 선보인다.

서울연극제에서는 현재 한국에 대해 직접적인 발언을 하는 무대들이 우선 눈에 띈다. 극단 완자무늬의 '부활, 그 다음'은 우리 사회를 천민자본주의의 해악이 난무하는 곳으로 보고, 이기주의와 빈익빈 부익부의 현실을 풍자한다. 극단 우투리는 재벌기업 총수 사망 1주일을 전후해 벌어지는 상황을 그린 '리회장 시해 사건'으로 물신주의의 허상을 발겨낸다.

극단 마방진의 '들소의 달'은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고문으로 정신적 외상에 시달리는 남자를 그리는데, 힙합이나 아동극 등 다양한 볼거리에 녹여넣은 재치가 돋보인다. 극단 이루의 '감포 사는 분이, 덕이, 열수'에서는 방사능 폐기장을 둘러싸고 찬반으로 나뉘는 사람들 뒤에 숨은 집단 이기주의가 노출된다. (02)744-13674

감각적 현실 발언, 남산예술센터

남산예술센터의 현실 발언은 보다 감각적이다. '당신의 잠'은 중년의 게이와 말기 암 환자인 어머니에게 닥친 처절한 결말을 통해 가족 해체와 이기주의라는 현대 한국의 단면을 보인다. 지난해 CJ영페스티벌에서 최우수 창작희곡상을 받은 '우릴 봤을까?'는 어머니와 애인의 죽음을 경험한 30대 사내가 두 죽음을 돌이키며 인생의 의미를 발견해 가는 이야기다.

'차숙이네 1동 28번지'는 유산을 탐내는 자식들 때문에 모든 것이 재산으로 환치되는세상사를 풍자한다. '누가 무하마드 알리의 관자놀이에 미사일 펀치를 꽂았는가?' 역시 풍자의 정신으로 뭉쳐있다. 갑자기 죽은 불법 체류 노동자 무하마드 알리의 삶을 동명의 복싱 영웅과 대조시키며 한국사회의 위선을 꼬집는다.

급변하는 테크놀로지와 조응하는 무대는 새 형식의 연극을 암시한다. 극단 화와 감성교육개발원 EDI가 만든 '나비효과24'는 휴대폰과 컴퓨터통신에 의존하는 현대인의 관계 양상을 빛, 소리 등 추상적 소재로 그려낸다. 비닐막으로 싸인 무중력의 특수 공간으로 무대를 상정한 '홀맨'은 사이버 시대가 연극적으로 어떻게 표현될 수 있나에 대한 해답이다. '하이! 스마트월드'는 첨단 커뮤니케이션 도구를 부리지만 단절과 소통을 반복하는 현대인의 모순을 펼쳐 보인다.

보이지 않는 세계에 대해 깊은 관심도 확인된다. 죽었지만 죽음을 의식하지 못하는 백치 딸과 무녀 어머니 간의 대화를 그린 '홍어', 셰익스피어의 '맥베스'를 모티브로 죄와 살인의 수렁 속에 빨려 드는 광대의 모습을 통해 인간의 잔혹하고 부조리한 숙명을 그린 '세 마녀 이야기' 등은 깊은 무의식의 세계로 관객을 데려간다. (02)758-2122

장병욱 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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