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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대통령 비행기 참사/ '카틴 숲의 원한' 아물기도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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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대통령 비행기 참사/ '카틴 숲의 원한' 아물기도 전에…

입력
2010.04.12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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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틴 숲'의 저주가 70년 만에 반복되면서, 폴란드와 러시아의 악연이 역사의 수면 위로 다시 부상했다.

1940년 구 소련이 현재 러시아 남부 스몰렌스크의 카틴 숲에서 교수, 장교, 의사 등 폴란드인 엘리트 2만2,000명을 처형한 사건은, 아직 폴란드 역사에 치유하지 못한 원한으로 남아 있다. 이 사건은 철저히 비밀에 부쳐지다가 1943년 독일 나치가 4,100구의 시신을 발견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스탈린이 "폴란드가 독립하지 못하도록 폴란드 엘리트의 씨를 말릴 것"을 명령해 자행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에 그 학살을 추모하기 위해 스몰렌스크로 가던 레흐 카친스키 폴란드 대통령 등 주요 고위공직자들이 한꺼번에 사망하자 폴란드인들은 러시아와의 관계를 '악연'을 넘어 '저주'로 받아들이고 있다.

알렉산더 크바스니에프스키 전 폴란드 대통령은 자국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그곳은 저주받은 땅이다, 소식을 듣고 소름이 끼쳤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상처는 좀처럼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폴란드는 학살사건 관련자를 처벌하기 위한 작업을 지속해왔다. 대량 학살이 반인륜 범죄인 만큼 시효가 있을 수 없고 살해 주동자를 색출해 법정에 세우겠다는 입장으로, 국가기념연구소(IPN)에서 진상 조사를 벌여왔다.

그러나 러시아는 관련 기록 공개를 거부하고, 공소시효가 지나 관련자 처벌도 불가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량 학살'이라는 표현에도 반발하고 있다.

뉴욕타임스 등 외신들은 이번 사건이 폴란드와 러시아의 관계를 더욱 경색시킬 것 이라고 내다봤다. 러시아는 반러 정서가 강한 카친스키 대통령을 배제하고 카친스키의 정적(政敵)인 도널드 투스크 총리만을 추모행사에 초청했고, 카친스키는 러시아의 외면 속에 별도의 추모식을 열기 위해 현지로 향했었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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