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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셋과 함께하는 투자 아카데미] 저축에서 투자의 시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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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셋과 함께하는 투자 아카데미] 저축에서 투자의 시대로

입력
2010.04.12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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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조건 저축"은 옛말… 돈 굴리는 지혜 필요

2000년대 들어 금융시장에서 유행한 말 중에 하나가 '저축의 시대에서 투자의 시대로'였다. 저금리 기조가 정착되면서 더 이상 안전한 예금 상품으로만 자산을 운용해서는 안 된다는 인식이 투자자 사이에 확산되자 적립식 펀드같은 투자 상품이 큰 인기를 끌었다.

'저축에서 투자의 시대로'라는 말 뒤에는 자산운용의 커다란 패러다임 전환이 숨어 있다. 일시적 변화가 아니라 거대한 시대적 흐름이 내재돼 있는 것이다. 그 흐름은 ▦금리구조 변화와 ▦금융자산 축적 가속화라는 큰 물줄기가 이끌고 있다.

금리구조 변화 제대로 이해해야

자산운용의 입장에선 보면, 2001년은 중대한 분기점이 된 해였다. 우리나라가 본격적으로 한 자릿수 저금리 시대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시계를 과거로 돌려보자. 1960년대 경제개발에 착수한 박정희 정부는 개발에 필요한 종잣돈을 마련하는 게 시급했다. 당시 정부는 두 가지 방법으로 이를 해결했다. 하나는 다른 나라로부터 돈을 비리는 '차관'이었고, 다른 하나는 국민들의 '저축'을 유도하는 것이었다.

특히 자산운용의 관점에선 후자가 중요한데, 저축자들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저축자들에게 유리한 정책을 내 놓고 이 돈이 금융기관에 모이면 다시 기업들에게 빌려주는 방식으로 국가 차원에서 자산을 할당했다.

저축자들에게는 아무래도 금리가 높고, 이자 소득세를 내지 않거나 적게 내는 상황이 유리하다. 1961년부터 2000년까지 우리나라는 대부분 두 자릿수 금리 시대에 있었다. 금리가 높을 때는 20%대에 근접하기도 했다. 금리 15%의 예금에 돈을 넣어두면, 대략 5년에 한 번씩 내 돈을 두 배(복리)로 불릴 수 있었다는 얘기다.

정부는 각종 비과세 상품도 만들어 주었다. 40대 이후의 샐러리맨들이라면, 과거 직장생활 시작과 동시에 가입했던 '재형저축'이란 상품을 기억할 것이다. 3년과 5년 만기였던 이 상품은 비과세에 고금리로 무장한, 샐러리맨들의 목돈 마련을 위한 전형적인 상품이었다. 금리 구조나 정부 정책을 볼 때 1961~2000년까지는 저축이 자산운용의 핵심축이었던 시기다.

하지만 경제성장으로 자본이 축적되고 사회에 잉여자금이 쌓이기 시작하면, 금리가 낮아지는 현상이 나타난다. 우리나라는 고금리였다가 외환위기 이후 갑자기 한 자릿수 금리 시대로 접어들었지만, 길게 보면 언젠가는 우리가 직면해야 할 시대적 흐름이었다.

고금리에서 저금리로의 전환은 '저축에서 투자로'의 방향 선회를 의미한다. 저축으로만 자산을 운용해선 수익률도 수익률이지만, 물가를 감안한 실질 수익률이 형편없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급증하는 한국의 금융자산

한국의 가계 금융자산은 2000년대 들어 비약적으로 증가, 지난해 말 현재 2,000조원에 육박했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인구와 금융의 만남'이다.

통상 40~50대가 한 나라의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면, 금융자산이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나이가 들수록 금융자산의 축적도가 더욱 높아지기 때문이다. 통상 20~30대들은 종잣돈을 모으기와 내 집 마련을 자산운용의 1차 목표로 삼다가 40대에 접어들면 수입이 없는 노후 생활을 위해 저축을 더 하고자 하는 욕구가 높아지는 것이다. 인생 전체를 놓고 보면 수입도 40~50대가 가장 높은 시기다. 미래를 위한 저축 욕구와 수입의 증가로 저축과 투자를 확대하기 시작하면서 가계 금융자산은 급격한 증가세를 보이기 시작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40대가 전체 취업ㆍ노동 시장에서 1위로 올라섰다. 한국전쟁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그 결과, 앞서 얘기했듯이 가계 금융자산의 증가폭도 가파르게 커지고 있다.

여기서 포인트는 가계 금융자산의 증가 방향이다. 이 돈이 예금과 같은 저축상품으로 갈 지, 아니면 펀드와 같은 투자상품으로 갈 지에 따라 향후 자산시장 지도는 몰라보게 달라질 것이다. 현재와 같은 저금리 기조 아래에서는 투자 상품의 매력도가 더 높아질 것이다.

징조는 이미 주식시장을 통해 나타나고 있다. 1980년 100으로 시작한 코스피 지수(옛 종합주가지수)는 20년 동안 1,000포인트 박스권에서 갇혀 있었다. 모두 4차례에 걸쳐 1,000포인트를 돌파했다 하염없이 무너졌다. 그러나 2000년대 초부터 저금리 기조가 정착되고, 40대들이 경제 전면에 등장하면서 가계 금융자산이 축적되자 2,000포인트를 돌파했다. 지금은 1,000포인트를 상투가 아닌 바닥으로 인식하는 게 투자자들의 심리이다.

중ㆍ장년층의 증가에 따라 저축에서 투자의 시대의 변하는 것은 미국, 일본, 프랑스 등 우리 보다 앞선 국가들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났던 현상이다. 글로벌 금융자산의 변화에서도 이런 흐름을 우리는 간파할 수 있다. 1980년 12조달러였던 글로벌 금융자산은 2007년 195조달러로 10배 이상 늘어났다. 더 중요한 것은 금융자산의 구성비의 변화인데, 80년대에는 80%이상이 예금이었지만 지금은 예금은 30%에 불과하고, 주식과 채권과 같은 투자 상품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80년대 미국 vs 2000년대 대한민국

82년부터 2000년대 초까지 미국은 ▦저금리 ▦40~50대 중ㆍ장년층의 사회 주류화 ▦높은 금융자산의 증가세 등을 타고 투자 붐이 일었다. 이 20여년은 미국 증시사상 최대 호황기 중 하나였다.

70년대만 해도 미국은 혹독한 스태그플레이션(풀어읽는 키워드 참조)으로 고생했고 주식시장도 역사상 보기 드문 침체기를 겪었다. 스태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FRB(연방제도준비이사회) 의장에 취임한 폴 볼커는 중앙은행의 기준금리를 무려 20%까지 올리는 조치를 취했다.

하지만 고금리 상황은 경제 전반에 불황의 그늘을 더욱 드리웠다. 기업들의 줄도산이 이어졌다. 우리가 외환위기 당시 경험했듯이 고금리 환경에서는 주식이나 부동산과 같은 자산은 전혀 맥을 못 춘다. 미국의 경제 잡지 비즈니스위크는 '주식의 죽음'이란 커버스토리를 낼 정도였다.

하지만 80년대 초부터 고금리로 인한 구조조정의 효과가 가시화되면서 경기가 서서히 살아나기 시작했다. 금리도 한 자릿수로 뚝 떨어졌다. 여기에 40~50대가 사회의 전면에 등장하면서 지속적으로 금융자산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가계자산의 구성비도 저축에서 투자로 변모했다. 70년대 말까지만 해도 미국 투자자들은 은행 예금에 금융자산의 60%를 저축하고 있었지만 20여 년간에 걸쳐 자산의 대이동이 일어나면서 현재는 미국 가계 금융자산의 70~80%는 주식형 펀드와 같은 투자 상품에 들어가 있다.

투자자들이 저축에서 투자로 옮겨가자 금융산업에도 커다란 변화가 일어났다. 미국 금융산업의 축도 자산운용업쪽으로 이동했다. 80년부터 94년까지 연기금은 8,590억 달러에서 4조5,700백억 달러로 증가했고, 뮤추얼 펀드는 1,180억 달러에서 1조8,000억달러로 늘어났다.

미국의 경험은 2000년대 이후 한국 사회의 모습과 매우 비슷하다. 현재 우리나라도 낮은 금리, 증가하는 금융자산, 40~50대 인구의 증가 등 저축 중심에서 투자 중심으로 바뀔 수밖에 없는 객관적인 조건이 형성돼 있다고 할 수 있다.

앞으로는 투자 지식 없이는 자산을 운용할 수 없는 시대이다. 저축의 패러다임에서 빨리 벗어나와 투자의 패러다임을 받아들이고 시대적 흐름에 맞게 자산운용을 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 풀어읽는 키워드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이란

경기 침체를 나타내는 스태그네이션(stagnation)과 물가상승을 나타내는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 통상 경기 침체가 일어나면 정부는 금리를 낮추고 돈을 푸는 금융정책을 실시하는데, 스태그플레이션 환경에서 이런 정책을 쉽게 쓰기 어렵다. 금리 인하와 통화량 증가는 물가를 자극해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금리를 올리면 가뜩이나 안 좋은 경제를 더 힘들게 할 수도 있다.

스태그플레이션은 70년대 오일 쇼크와 함께 찾아 왔는데, 현대 자본주의 역사에서 처음 겪는 일이었다. 결국 미국 중앙은행은 경기 침체와 인플레이션 중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데 정책 초점을 두고, 70년대말 기준금리 20%로 올리는 초강수를 뒀다. 인플레이션이 억제되고 기업들이 구조조정을 통해 새롭게 경쟁력을 갖추면서 80년대부터 경기가 좋아지기 시작했다.

이상건 미래에셋 투자교육연구소 이사

■ 저축은 물가상승에 취약 싫든 좋든 분산투자해야

미국 등 금융이 발달한 국가에서 청소년들에게 가르치는 금융 교육의 핵심 개념 중 하나가 저축과 투자의 차이다. 우리나라 부모들은 주로 '돈을 아껴 써라'는 식의 저축 교육만을 주로 강조하는데, 투자 교육과 함께 이뤄져야 온전한 금융 교육이 될 수 있다.

저축과 투자의 1차적인 차이는 돈을 버는 매커니즘에 있다. 저축은 아껴서 돈을 버는 것이고 투자는 자신이 소유한 자산 즉, 부동산이나 주식의 가격이 올라 돈을 버는 것이다. 저축의 성과는 절약에 달려 있고, 투자의 성과는 매입 가격 대비 매도 가격이 얼마나 높은가에 따라 결정된다.

또 저축은 가입 시점에 수익률이 확정되지만 투자는 파는 시점에 수익률이 결정된다. 대표적인 저축상품인 은행의 예ㆍ적금의 경우, 가입 시에 약정된 금리만을 지급한다. 따라서 저축 상품을 고를 때는 가입시 보다 높은 금리를 주거나 세금을 덜 내는 상품 위주로 선택하면 된다. 반면 투자는 갖고 있던 자산을 팔아야 모든 게임이 끝나는 구조다. 만일 매도 가격이 매입 가격 보다 낮다면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하지만 저축은 손실이 없다. 원금 보전에 대한 책임을 예금자보호법 등을 통해 은행이나 정부가 진다. 투자는 이런 보호 장치가 전혀 없다. 책임을 고스란히 고객 스스로가 져야 한다. 투자하는 것은 자유지만 책임지는 것은 본인이다.

다만 원금 손실이 없는 저축은 결정적인 단점이 있다. 바로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위험에 전혀 대비할 수 없다는 점이다. 돈의 진정한 가치는 구매력에 의해 결정된다. 1,000만원이 큰 돈 같지만 물가가 두 배로 오르면 돈의 가치는 절반으로 뚝 떨어진다. 명목상으로는 돈을 잃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만 속내는 돈을 절반이나 날린 셈이 된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를 제대로 알지 못한다. 왜냐하면 인플레이션 위험에 당장은 눈에 보이지 않고 시간이 지난 뒤에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는 모두 저금리 속에 살고 있다. 저축만으로는 우리가 갖고 있는 돈의 화폐가치를 지킬 수 없다. 이제는 싫든 좋든 저축과 투자로 돈을 나눠 분산 투자해야 한다. 올바른 분산투자를 위해서 반드시 알아야 할 개념이 바로 '저축과 투자의 차이'인 것이다.

이상건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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