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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주름잡던 조폭 두목 '초라한 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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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주름잡던 조폭 두목 '초라한 말로'

입력
2010.03.11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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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90년대 주먹세계에서 이름을 떨쳤던 조직폭력배 보스 출신의 오모(54)씨가 도박판에서 100억원대를 날린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10일 경찰에 따르면, 9일 오후 5시30분께 경기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의 33층 건물 밑에서 오씨가 숨져 있는 것을 경비원이 발견해 신고했다. 경찰은 "건물 안에 있는 폐쇄회로(CC)TV에 오씨가 혼자 올라가는 모습이 찍혔다"며 "오씨가 거액의 빚을 지고 있었던 만큼 건물 옥상에서 스스로 뛰어내린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오씨는 이날 오전 10시께 집을 나오면서 가족들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남긴 것으로 조사됐다.

오씨는 지난 1년 동안 서울 삼성동의 외국인 카지노에서 도박게임인 바카라를 하며 약 120억원을 잃은 것으로 알려졌다. 오씨의 한 지인은 "거의 매일 카지노에 가서 살다시피 해, 어떤 때는 최고배팅 금액인 5,000만원을 연속으로 70회 정도 걸어 다 잃기도 했다"며 "그가 쓴 금액 중 약 30억원은 사채를 빌려 충당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오씨는 자살하기 전날인 8일에도 밤 11시께 집에서 약 11억원을 들고 마지막으로 카지노로 갔다가 이를 모두 잃었다.

광주광역시에서 태어난 오씨는 1970년대 중반 서울로 올라와 김태촌이 보스로 있던 범서방파의 행동대장으로 활약했고 1976년 '신민당 전당대회 각목사건'에도 개입했다. 오씨는 이후 범서방파 중간 보스로 있으면서 동시에 자신의 조직인 '쌍택이파'를 따로 만들어 서울 강남 지역 일대를 주름 잡았다. 오씨는 10년 전쯤 조직폭력에서 손을 떼고 제주 모 호텔 부사장으로 일하기도 했다.

한편, 오씨는 내국인이 들어갈 수 없는 외국인 카지노에 출입하기 위해 150만원 가량을 주고 가짜 파라과이 여권을 만들어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씨의 지인은 "카지노 측이 오씨가 가짜 여권을 사용한 것을 알면서도 출입을 묵인해 거액의 돈을 잃게 만들었다"며 "외국인 카지노 안에는 지금도 가짜 여권을 가지고 도박을 하는 내국인들이 넘쳐 난다"고 주장했다.

김현우 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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