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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기업들 '일본 탈출' 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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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기업들 '일본 탈출' 러시

입력
2010.03.11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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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시장이 사업성이 없다고 판단해 떠나는 외국 기업이 갈수록 늘고 있다. 일본에서는 공장, 판매점을 폐쇄해 생산, 판매를 중지하고 대신 신흥공업국 등으로 투자 지역을 전환하는 해외 업체가 잇따르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해 대일 직접 투자는 전년에 비해 55.7%나 줄었다.

10일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에 따르면 프랑스의 타이어제조업체 미쉐린은 7월에 군마(群馬)현 오타(太田)시의 오타공장을 폐쇄한다. 고급 타이어를 주로 생산한 이 공장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실적이 악화했다. 미쉐린은 일본 공장 철수 대신 인도 남부에 400억 루피(1조원)를 들여 버스, 트럭용 타이어 공장을 건설한다. 현대자동차 일본법인 현대 모터 재팬은 지난해 일본 내 승용차 신차 판매를 중지했다. 현대는 2011년 말 가동을 목표로 8억 달러를 투자해 중국 베이징(北京)에 3번째 공장을 신설한다.

향후 성장이 기대되는 유망 업종의 철수도 잇따르고 있다. 캐나다의 대표적인 연료전지업체 발라드 파워 시스템즈는 지난해 일본 에바라(荏原)와 합병회사를 해소했다. 일본 내 사업은 중단하지만 1월에는 덴마크 통신기기업체에 출자했다.

미국의 대형미디어업체 리버티 글로벌은 지난달 일본 최대 케이블TV 업체 주피터 텔레콤 주식을 일본 이동통신업체 KDDI에 3,600억엔에 매각하고 일본 CATV 시장에서 철수했다. “일본의 유료방송 보급률을 미국, 유럽 수준으로 늘릴 전망이 보이지 않는다”는 게 사업 중단 이유다. 이 회사는 1월 말에 독일 CATV업체를 약 35억 유로에 사들였다.

자본시장에서도 철수가 잇따르고 있다. 도쿄(東京)증권거래소 상장 외국기업은 거품경제가 절정이던 1991년 127개사를 최대로 감소해 현재는 15개사에 불과하다. 이달 말 네덜란드 보험회사 에이곤이, 4월에 스위스 최대 은행 USB가 상장을 폐지한다. 2008년 이후 신규 상장은 전무다.

미국 경영컨설팅업체 A.T.카니가 글로벌기업 1,000개사 경영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투자매력도 조사에서 일본은 2007년 15위였지만 2010년에는 순위 밖(25위 미만)으로 밀려났다. 1위는 2002년부터 6차례 연속 중국이 차지했고 브라질도 4위에 올랐다. 일본종합연구소 마키타 다케시(牧田健) 주임연구원은 “금융위기 이후 중국, 인도의 매력이 높아진데 반해 저출산ㆍ고령화나 디플레로 성장에 대한 기대가 줄어드는 일본은 글로벌 기업의 투자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다”고 말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도쿄=김범수 특파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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