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무게는 얼마일까? 비장한 '맥베드'와 경쾌한 '그 놈을 잡아라'의 중간 어디쯤 아닐까?
극단 죽죽의 '맥베드'는 셰익스피어의 암울한 원작이 우리 고유의 연극적 자산으로도 충분히 재현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텅 빈 무대, 마구 널브러진 낡은 책상과 의자, 터질듯한 긴장 속에 비집고 나오는 암울한 음향 등 시청각적 배경은 느와르 연극의 공식이다.
2008년 대한민국연극상 작품상, 지난해 카이로 국제실험극연극제 대상 등 이 무대에 쏟아진 상은 배우들의 육체언어에 대한 찬사였다. 타이틀 롤을 맡은 정홍열을 에워싸는 제의적 이미지는 객석에 고통의 경험을 준다. 김낙형 연출. 21일까지 남산예술센터. (070)7064-8648
극단 드림씨어터컴퍼니의 '그 놈을 잡아라'는 수사극 형식 속에 죽음을 녹여 넣었다. 댄스 교습소에서 한 여인이 엽기적으로 살해당한 사건의 범인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이 작품의 요체는 배우들의 앙상블 연기다. 극단이 아예 '코믹 스릴러 수사극'이라 규정한 무대의 맛은 한 치의 빈틈도 없이 치고 받는 대사 속의 반전을 객석이 얼마나 재빨리 감지하느냐에 달려있다.
고통 당하는 피해자, 잡히지 않는 범인, 범인을 놓치기만 하는 경찰 등이 무대를 엮어가는 이 작품은 보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메시지를 은연 중 전한다. 정형석 작ㆍ연출. 21일까지 하다소극장. (02)766-5200
장병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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