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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 평전' 집필한 조철수 박사/ '개혁자' 예수, 그의 인간적인 삶 재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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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 평전' 집필한 조철수 박사/ '개혁자' 예수, 그의 인간적인 삶 재조명

입력
2010.01.29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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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전은 한 인간을 객관화한 결과물이다. 숭모의 대상이 아니라 비평의 텍스트로 인간을 대한다. 그런 평전을 쓰기에, 어쩌면 예수는 적합하지 않은 대상이다. 예수는 서력 24~27년께 중근동의 한 귀퉁이에서 구세주로 불렸던 인물이지만, 훗날 유럽에서 체계화된 기독교 도그마를 벗어나 그의 삶을 사실적으로 전하는 자료는 많지 않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수메르어를 전공한 아시리아학(메소포타미아 고대 문명에 관한 학문) 학자인 조철수(60ㆍ사진) 박사가 <예수 평전> (김영사 발행)을 썼다. 종교학, 역사학, 신화학 등의 예수와 관련된 고래의 자료를 훑고, 1947년 사해에서 발견된 고대 유대의 문헌들을 꼼꼼히 살핀 방대한 작업의 결과다. 평전의 주된 밑감은 히브리어와 아람어로 기록된 유대 문헌인데, 그렇게 재구성된 예수는 신약복음서에 포착된 메시아의 모습과는 꽤 거리가 있다.

"사람을 이해하려면 그 사람이 한 말을 제대로 이해해야 되잖아요. 예수는 수많은 말을 남겼는데, 그 말은 제대로 전해지지 않거나 의미가 왜곡된 채 받아들여지고 있어요. 이 책은 예수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한 노력이 묶인 것입니다."

조 박사는 사해문서 가운데 '하박국서 해석'이라는 성경 해석서의 한 토막을 실마리 삼아 900쪽에 이르는 평전을 풀어간다. "그 해석, 사악한 사제에 관한 것이다. 그가 일어서기 시작할 때 그는 '진리'라는 이름으로 불리었다"라는 구절이다. 조 박사는 여기서 '사악한 사제'가 예수를 지칭하는 것인지, 그렇다면 왜 예수가 엣세네(유대교의 한 분파)로부터 사악한 존재로 몰려 죽음을 당해야 했던 것인지를 추적한다.

"내가 쓴 예수는 교리의 완성을 위해 후세 사람들이 만들어낸 예수가 아니라, 살아서 활동했던 인간 예수예요. 나는 예수가 엣세네 사제로 활동하다가 그들의 율법주의에 반기를 든 개혁자라고 봅니다. 예수의 진면목과 메시지는 그가 유대교와 결별하는 지점에서 도드라집니다."

이런 예수의 진면목을 평전 형식에 담는 작업은 지난했다. 조 박사는 800건이 넘는 사해문서 관련 해석과 토라(유대교 법전)들, 1,000여권의 논문과 연구서를 치밀하게 조사했다. 히브리어를 비롯해 수메르어, 악카드어, 고대 아랍어 등 그가 해석할 수 있는 10가지 중근동 고대어 지식이 총동원됐다. 조 박사는 유대 문헌에 기록된 예수와 성서 속 예수의 모습을 비교해 보여주는데, 그렇게 입체화된 예수는 독자의 눈 앞에 새롭고 낯설다.

"나도 기독교인입니다. 그런데 나는 그리스도교의 근본 정신은, 어쩌면 초대 교회 사람들의 신앙 고백에 가까울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 고백이 결국 신약의 복음서에도 전해진 것이겠지만, 고대 유대인의 지식 채널에 보다 사실적인 흔적으로 남아 있을 겁니다. 성경에 전해진 이야기는 시학적이고 미학적인 전승인 동시에, 역사적이고 객관적인 자료로 해석될 필요가 있습니다."

<예수 평전> 은 10년 가까이 조 박사가 들인 혼신의 공력이 담긴 작품. 그러나 출간을 얼마 앞두고부터 조 박사의 건강이 악화해 인터뷰는 거의 필담으로 이뤄졌다. 그는 힘겹게 나오는 목소리로 "예수의 본모습은 여전히 제대로 이해되지 않고 있다"며 "이 책은 내가 처음 공부를 시작할 때부터 꼭 쓰고 싶었던 책"이라고 말했다.

유상호 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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