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사설] 대화ㆍ타협으로 세종시 문제를 풀자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사설] 대화ㆍ타협으로 세종시 문제를 풀자

입력
2010.01.12 00:11
0 0

정부가 어제 세종시 수정안을 공식 발표했다. 행정부처 이전을 전면 백지화하고 교육과학중심 경제도시로 전환한다는 게 핵심이다. 원래 계획됐던 9부2처2청의 행정부처 이전 대신 삼성 한화 롯데 웅진 등 대기업들과 대학, 연구기관 등을 유치해 미래형 첨단 경제도시를 만드는 청사진이다. 정운찬 총리는 수정안 발표에서 세종시를 중부권 첨단 내륙벨트 거점은 물론 미래 한국의 성장동력으로 집중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예상대로 백지화한 행정부처 이전

우리는 그 동안 세종시 원안을 추진하되 필요하면 보완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세종시 계획이 2002년 대선과정의 정략적 산물임을 인정하면서도 수도권 과밀화 해소와 국토 균형발전이라는 기본 취지에 공감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 나라의 모든 것이 서울 수도권으로 집중되는 서울 중심주의 현상, '서울 불패 신화'를 깨는 계기를 만들자는 시도에는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봤다. 이런 점에서 서울 중심주의 심리 완화에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행정부처 이전을 전면 백지화한 수정안은 유감스럽다. 막대한 행정 비효율의 우려를 외면하기는 어렵지만 서울과 세종시 간의 공간적 거리나 비약적으로 발전된 IT 등을 감안할 때 어느 정도 극복 가능한 문제일 수 있다.

수정안이 세종시를 행정복합도시 중심의 원안 이상 가는 거점 도시로 발전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예산도 원안의 2배가 투입된다고 한다. 입주 의사를 밝힌 대기업들과 연구기관, 대학들이 계획대로 들어선다면 일자리 창출과 연관 효과 등에서 행정복합도시 건설보다 못할 게 없으며 오히려 더 나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충남지역에 또 하나의 거점 도시를 건설한다는 의미에 그칠 뿐 원래의 수도권 과밀화 해소나 지역 균형발전의 취지에는 부합하지 않는다.

부작용 우려되는 '세종시 프리미엄'

더구나 세종시가 일부 우려대로 기업투자를 빨아들이는 블랙 홀로 작용한다면 도리어 지역 균형발전에 역행하게 된다. 이명박 대통령이 수도권을 포함한 다른 지역 투자사업은 배제한다는 원칙을 제시했다고 하지만 혁신도시나 기업도시 계획에 차질을 우려하는 지자체들이 적지 않다. 실제로 세종시에서 중점 유치하겠다고 한 태양광 사업 등은 대부분의 혁신도시들이 추진하는 녹색 사업과 중복돼 이런 우려를 키우고 있다.

값싼 토지 공급과 세금 면제 등 입주 기업들에 대한 특혜 논란도 문제다. 다른 혁신도시나 기업도시에도 똑같이 적용되는 수준이라고는 하지만 충청권의 지리적 이점 등을 감안하면 '세종시 프리미엄'이 없다고 보기 어렵다. 이런 논란과 문제점들을 해소하지 못하면 세종시 수정안은 정파간 갈등에 이어 또 하나의 지역갈등과 분열의 씨앗을 뿌리게 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이 대통령은 어제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다른 현안 업무에도 소홀함이 없도록 해 국가적 에너지가 낭비되지 않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옳은 말이다. 하지만 정치 현실은 만만치 않다. 친이-친박계 간에는 인신공격성 비난이 오가는 등 분위기가 험악해졌고, 야당들은 결사투쟁을 외치고 있다. 세종시 논란이 6월 지방선거와 맞물려 장기화할 경우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중대한 차질이 빚어지고 때 이른 대선구도 가시화로 이 대통령의 조기 레임덕을 부를 수도 있다.

소모적 국력 낭비 최소화할 수 있게

이런 혼란과 소모적 국력 낭비를 피하는 길은 대화와 타협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 정부의 수정안 발표는 끝이 아니라 진정한 논의의 시작이다. 정부와 여당-주류측은 지금까지 박근혜 전 대표 및 야당과의 소통과 설득에 소극적이었음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어차피 반대 정파의 협조가 없으면 수정안의 국회 통과는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절충점을 찾아야 한다. 세종시 수정법안의 국회 제출과 논의 과정에서 충분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박 전 대표도 원안 플러스 알파 외에 어떠한 타협도 없다고 요지부동의 자세를 고수하는 것은 책임 있는 정치인의 모습이라고 할 수 없다. 국정이 표류하지 않도록 협조할 필요가 있다. 이런 점에서는 민주당과 자유선진당도 마찬가지다.

충청도민을 비롯한 국민여론의 향방도 중요하다. 여야 정당과 각 정파가 치열한 여론몰이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대화와 타협을 통해 국민 여론의 흐름이 한 방향으로 모아지면 설령 자신들의 정치적 이해에 맞지 않는다 해도 따라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나라는 이 소모적인 논란에서 헤어나기 힘들고, 민주주의의 발전과 사회 성숙을 기약하기도 어렵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