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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감옥 된 대한민국/ 염화칼슘 순식간에 동나 "치워도 치워도 퍼부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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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감옥 된 대한민국/ 염화칼슘 순식간에 동나 "치워도 치워도 퍼부으니…"

입력
2010.01.04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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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화칼슘 다 떨어졌는지 한 번 확인해봐. 염화칼슘이 스프레더(살포기)에서 나오질 않아."

4일 낮 12시45분께 서울 남산1호터널 인근 도로. 서울시 동부도로교통사업소 소속 제설차량 제7호차를 운전하는 김동신(48)씨가 차 속도를 줄이며 다급한 목소리로 옆자리에 앉아 있는 석광석(46) 주임에게 소리를 질렀다. 전날 자정부터 시작해 밤새 계속된 제설작업이 한 숨 돌릴 틈도 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차가 서자 곧바로 내려 차량 후미로 뛰어간 석 주임이 소리쳤다. "없어요, 없어. 본부에서 나올 때 8톤을 채워서 나왔는데 2시간 만에 다 써버렸어요."

김씨가 황급히 사업소(본부)에 무전을 친다. "여기는 7호차, 본부 나오세요. 염화칼슘이 하나도 없는데 지원차량 올 수 있나요?" "지금 다른 차량도 모두 나갔는데." "우리가 본부(강남구 대치동)로 가서 다시 싣고 오는 것은 도로가 막혀 힘들어요." "그럼 염화칼슘 살포는 일단 중단하고 차량용 날삽으로 눈만 걷어내 주세요. 최대한 빨리 현장에 염화칼슘 조달하겠습니다."

1907년 기상 관측이 시작된 이래 서울시내에 가장 많은 눈(오후 2시 현재 25.8cm)이 내리자, 제설작업은 말 그대로 속수무책이었다. 무심한 하늘에 구멍 뚫린 듯 쉼 없이 눈을 퍼부어댈수록, 제설작업 인원들은 치워도 치워도 쌓이는 눈에 지쳐만 갔다. 본부에서 가지고 나온 빵과 귤 하나로 아침을 해결했다는 석 주임은 "화장실도 한 번 제대로 못 갔다"며 작업 도중 인근 건물 화장실로 뛰어가기도 했다.

같은 시각 동부도로교통사업소 내 도로보수과 사무실. 4대의 화면이 올림픽대로와 양재대로 등을 시시각각 보여주는 가운데 5, 6명의 직원들이 제설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제설작업을 나간 7대의 차량에서 계속해 날아오는 무전에 사무실 안도 아수라장이다. 오후가 되도 눈발이 약해지지 않자, 사업소에까지 시민들의 민원전화가 빗발치기 시작했다. 한 직원은 "정말 하늘이 안 도와주네"라며 고개를 떨구기도 했다. 박일연(49) 팀장은 "사업소 동절기 주된 업무가 제설작업인데 이런 눈은 처음 봤다"며 "오늘 사용한 염화칼슘만 130톤 가량 된다"고 말했다.

많은 눈에 당황하기는 시민들도 마찬가지. 남산1호터널 인근 종로에서 한남동 방향으로 향하는 오르막길에서는 헛바퀴가 돌아 오도가도 못하는 차량들과 이 차량들을 뒤에서 미는 시민들이 간간이 목격됐다. 평소 출근길에 남산1호터널을 이용한다는 권태오(41)씨는 "출근길에 차가 터널까지 오르지 못하고 계속 헛돌아 간신히 갓길로만 옮겨 세워놓은 채 출근했다"며 "오후 3시가 넘어 차량을 다시 가져가기 위해 회사에서 잠시 짬을 내 나왔다"고 말했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김청환기자 ch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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