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말부터 20세기 중반까지의 동아시아는 거대한 식민 구역이었다. 이 구역에 속한 나라들은 제2차 세계대전 종전과 함께 식민 지배에서 탈피, 근대 국민국가의 시대를 연 경험을 공유한다. 자연히 식민의 경험이 근현대사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그런데 이 역사는 각각의 종주국이었던 나라의 역사와 적잖은 간극을 노출한다. 한국과 일본의 역사 교과서 갈등이 대표적 사례다.
<식민주의 기억과 역사화해> (선인 발행)는 식민주의 시기 동아시아에서 지배ㆍ피지배의 관계로 엮였던 11개국의 역사 교과서를 비교한 연구집이다. '문명화의 임무(Mission civilisatrice)'라는 이름으로 베트남과 프랑스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근대화 논쟁 등을 소개함으로써, 한중일 3국의 틀 속에서만 논의되던 역사 갈등을 넓은 틀에서 바라보도록 돕는다. 식민주의>
한도현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노르딘 후신 말레이시아 끄방산대 교수, 팜 훙 뚱 베트남국립대 강사 등 국내외 역사학자 6명이 집필에 참여했다.
1부 '과거와 마주하기'에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기억되는 각국의 근현대사 분석이 담겼다. 신주백 교수는 1931년 만주침략 이후에 대한 기술부터 한중 두 나라와 일본의 역사 인식이 극명한 차이를 보이기 시작한다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1982년 일본의 역사교과서 파동 이후 일본이 한국과 중국의 비판을 수용하는 자세를 보였으나, 최근 들어 삼국의 기억 차이는 다시 점차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인도네시아와 네덜란드의 교과서를 비교 분석한 폴 크라토스카 싱가포르국립대 교수, 미국과 필리핀의 역사 인식을 분석한 프란시스 헤알로고 아테네오데마닐라대 교수 등의 글이 이어 실렸다. 스스로를 자유의 화신으로 묘사하고 필리핀 점령을 서부 개척의 연장으로 기술하는 미국의 역사 인식 등, 과거 제국주의 국가들의 비뚤어진 역사관과 그것에 대응하는 동아시아 각국의 근대사 조명 작업이 소개된다.
2부 '화해의 내일을 향해'에는 화해의 수단으로서 역사 교과서의 가능성에 집중한 글들이 실렸다.
유상호 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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