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1월 1일부터 한국일보 매주 월, 금요일자에 영어 학습만화 'Let's go zmon'을 연재하는 정경욱(60ㆍ사진)씨는 현직 영어 선생님이다. 전북 전주시의 전북중학교가 그가 교편을 잡는 직장. 칠판에 분필로 꾹꾹 영어 문장을 눌러 쓰던 손으로, 매주 두 차례 한국일보 독자들에게 영어로 말을 건네는 귀여운 캐릭터를 그려낸다.
"만화만큼 영어 공부에 좋은 매체도 없을 겁니다. 만화는 그림으로 행동을 보여주잖아요. 어떤 상황에서 어떤 말을 해야 하는지를 바로 파악할 수 있게 해주죠. 반면 글로 된 책은, 아무리 대화체로 쓰더라도 이해하는 데 한계가 있어요. 영화도 좋은 매체이긴 하지만, 영어에 익숙지 않은 학습자에겐 너무 어렵겠지요."
사범대 출신인 정씨는 따로 만화를 배운 적이 없다. "그저 만화를 너무 좋아해서" 초등학교 다닐 때부터 꾸준히 만화를 그렸다. 해운회사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시절, 그리고 교직으로 일터를 옮긴 뒤에도 습작을 계속했다. 그리고 2000년에 마침내 단행본 을 내면서 K. W. Jung이라는 이름으로 만화를 발표하기 시작했다.
'Let's go zmon'의 주인공은 초등학생 소년과 아버지다. 어린이의 순수한 눈으로 세상 구석구석을 들여다보고 싶어서이기도 하지만, 쉬운 대화에서부터 우리 사회에 범람하는 엉터리 영어를 바로잡고픈 정씨의 바람 때문이다. 그는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를 정확한 영어로 풀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정씨의 만화는 누구나 호감을 가질 수 있는 소박하고 선명한 캐릭터와 넓은 여백이 특징이다. 여백이 스토리와 그 스토리에 담긴 짤막한 영어 문장에 대한 집중력을 높인다. 정씨에게 그것은 교단에서는 할 수 없는 너른 수업의 공간인 듯했다. "딱딱하게 생각하면 영어는 늘 골치 아픈 공부일 거예요. 하지만 쉽게, 그리고 재미있게 생각하면 금세 영어와 친해지게 될 겁니다."
유상호 기자 shy@hk.co.kr
사진=류효진기자 jsknigh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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