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비오 카펠라니 지음ㆍ이현경 옮김/들녘 발행ㆍ336쪽ㆍ1만1,000원
'마피아'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어둡고 무겁다. 배신자는 가족이라도 눈 한번 깜박 않고 죽여버리는 보스, 요란한 총성과 피비린내 나는 조직 사이의 살육전 등등.
마피아의 발상지인 이탈리아 시칠리아 출신의 작가 오타비오 카펠라니(40)는 2004년 발표한 소설 <아무도 보스를 찾지 않는다> 에서 마피아에 대한 이런 관점을 전복시킨다. 카펠라니의 첫 작품인 이 소설은 미국과 이탈리아에서 각각 활동하는 두 마피아 패밀리 이야기다. 아무도>
두 조직의 보스 돈 루 쉬오르티노와 밈모 삼촌은 권위와 위엄 등 마피아의 전통을 중시하는 인물이다. 그러나 패밀리의 젊은 구성원들에게 이런 보스는 고집불통의 노인일 뿐이다. 총보다 헤어드라이어를 좋아하며 술과 연애에만 관심이 있는 후계자, 이권을 위해서라면 가족을 향해서도 총질하는 가풍을 경멸하는 이들, 노출 패션을 즐기고 독신을 고집하는 여성 등 '조직' 보다 '자아'를 중시하는 신세대 마피아 가족들의 행태는 평범한 가족의 그것과 다름이 없다.
지금까지의 기득권을 포기하고 평범한 노인이 되기를 거부하는 보스 세대와 새로운 패밀리 세대가 사사건건 대립하는 대목이 흥미진진하게 그려진다. 결국 젊은 세대에게 두 손을 들고 "옛날은 없다. 우리한텐 바로 지금처럼 어제도 똑같았다"라고 말하는 돈 루 쉬오르티노의 마지막 전언은 애처럽고도 우스꽝스럽다.
이왕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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