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지난주 2020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5년 대비 4% 감축하는 목표치를 제시하자, 철강업계에서는 한숨부터 흘러나왔다. 공식적으로는 "정부의 녹색성장 정책에 적극 부응하겠다"고 했지만 철강산업 특성상 실제 실행하기에는 사실상 불가능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크다.
#. 내년부터 철강업계의 '호주머니'는 앉은 자리에서 쪼그라든다. 만성적인 철강 공급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통해 꾸준히 자급량을 늘리는 상황인데, 정부가 이런 투자를 장려하기 위해 그간 임시투자세액공제를 유지해왔으나 내년부터 이를 폐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서다.
철강업계가 이중고를 겪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도 불구 대규모 투자를 통해 고용 증가는 물론, 무역적자 해소의 일등공신 역할을 하고 있는 철강업계로서는 최근 상황이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 정부가 도와주지는 못할 망정, 가뜩이나 중요한 시기에 기업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멍에를 덧씌우고 있기 때문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철강업계는 지난해 말 불어 닥친 글로벌 경기침체에도 상대적으로 선방하고 있다. 세계 최대 철강기업인 아르셀로미탈 등이 경기불황 탓에 인력감축과 공장폐쇄를 단행하고 있지만, 국내 기업들은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꾸준히 설비를 늘리고 있다.
포스코는 올해 국내에만 6조원 이상을 쏟아 붓고있다. 내년 완공되는 광양 후판공장과 포항 신제강공장이 대표적 '투자상품'. 현대제철은 총 5조8,000억원을 투입한 제철소를 건설, 내년부터 쇳물 생산에 돌입한다. 동국제강은 9,300억원을 투자해 10월부터 후판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동부제철도 1조500억원을 투자해 단일 규모로는 세계 최대의 전기로 제철공장을 건설했다.
일자리 창출도 상상 이상이다. 예컨대 현대제철 일관제철소는 건설과정에서 연인원 9만3,000명, 운영에서 7만8,000명의 고용유발효과가 발생한다. 아울러 대규모 투자를 통해 철강 공급량을 늘림으로써 만성적인 철강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는 한편, 철강 부문의 무역적자를 크게 해소하고 있다.
철강업계는 이런 점을 감안해 최근 기획재정부와 국회에 올해 말로 끝나는 임시투자세액공제의 종료시한 연장을 요청했다. 임투공제 폐지시 투자여력이 축소하고 경쟁력이 약화된다는 게 임투공제 폐지 반대의 요지다. 업계에 따르면 작년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동부제철 한국철강 등 5대 철강사들의 설비투자금액은 5조1,192억원. 여기서 나오는 임투공제액은 2,750억원에 이른다.
철강협회 관계자는 "정부가 임투공제 폐지 대신에 연구개발(R&D) 세액공제를 확대한다고 하지만, 철강업계의 작년 R&D 세액공제는 47억원에 불과하다"며 임투공제 폐지가 철강업계 경쟁력 약화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런 상황에서 임투공제가 일시에 폐지될 경우 설비투자 비용이 12% 이상 늘어나 이미 확정된 투자계획의 집행에도 어려움이 예상될 전망이다. 적어도 5년 이상의 미래를 내다보고 투자하는 기업에게 세액공제를 갑자기 없애는 것은 가혹한 처사라는 게 철강업계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아울러 내년부터 적용되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 시행도 철강업계에는 치명적이다. 산화철(철광석)을 석탄으로 태워 쇳물로 만드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 배출이 불가피한 탓이다.
김영주 철강협회 환경기술팀장은 "온실가스 배출이 없는 철강생산기법이 연구되고 있지만, 상업생산은 아직 요원하다"며 "업계의 특성을 고려한 온실가스 감축 조치가 필요하다"며 정부의 신축적인 대응을 주문했다.
박기수 기자 bless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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