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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비전 포럼에 온 방글라데시 손주 군·모니카 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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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비전 포럼에 온 방글라데시 손주 군·모니카 양

입력
2009.11.15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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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보다 돈을 버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모님들의 생각을 우리가 바꿔나가겠습니다."

13일 국제구호기구 월드비전 창립 60주년 기념 '2009 아동권리국제포럼'이 열린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 방글라데시에서 온 손주 쿠마르 로이(13)군과 모니카 나하르 샤비쿤(14)양이 특별 연사로 나서 당당하게 목소리를 높였다. 노동과 조혼(早婚)에 시달리는 방글라데시 아동의 권리를 스스로 찾겠다는 당찬 다짐이었다.

맨발로 무대에 오른 손주군은 "방글라데시 아동의 46%는 학교 대신 노동전선에 투입되고 있다"며 아동 노동의 심각성을 토로하면서 "특히 부모들이 가난 때문에 교육보다는 생계를 이으라며 자식들을 일터로 내몰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 둘 중 하나가 문맹이며 70% 가량이 절대 빈곤에 허덕이는 가난한 상황 탓이지만 아이들에게 교육을 시키지 않다 보니 가난이 대물림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방글라데시 보그라에서 살고 있는 손주군의 집안 역시 부친이 일용직 노동자로 일하며 간신히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학교에 갈 수 없던 상황에서 월드비전 보그라 지역개발사업장(ADP)의 후원으로 공부를 계속한 손주군은 보그라 ADP의 아동포럼에서 활동하며 아동 권리 찾기에 나섰다.

아동포럼은 유엔아동권리협약에 규정된 '아동의 권리를 스스로 지키자'는 취지로 구성된 모임으로 보그라 ADP의 아동포럼에는 400명이 활동하고 있다. 손주군은 "아이들에게 일을 시키는 부모들을 찾아가 설득을 하고 선생님들을 찾아가 도움을 요청해 많은 아이들을 일터에서 학교로 돌려보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순주군에 이어 보그라 ADP의 아동포럼 회장인 모니카양이 연단에 나서 "9~15살 사이의 많은 여자 어린이들이 조혼으로 미래가 파괴되고 있다"며 방글라데시에 만연한 조혼 문제를 지적했다.

모니카양은 "딸이 어릴수록 결혼지참금이 적어져 부모들이 일찍 결혼시키는 것을 선호하는 측면이 있다"며 "무엇보다 여자 아이들을 짐으로 여기는 풍조가 가장 큰 문제다"라고 말했다. 모니카양은 "부모들에게 조혼의 문제점을 알리고 아동인권의 중요성을 인식시키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강조했다.

아동 스스로의 권리 찾기는 우리사회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초등학생과 중학생들의 손으로 일군 '놀이터의 변화'가 대표적이다. 월드비전 아동권리위원회 소속 초ㆍ중학생 139명이 지난해 5월 인천 대전 대구 광주 등 전국 10개 도시 놀이터들의 문제점을 조사한 뒤 결과를 담은 정책제안서를 각 지자체와 보건복지가족부에 제출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정부는 낡은 놀이시설 교체 및 테마놀이터 조성 등을 위해 올해 신규예산 32억원을 편성했다.

놀이터를 관리하는 아동안전지킴이 인력도 5,000명에서 1만명으로 늘어났다. 놀이터 변화 사례를 발표한 변지영 월드비전 국내사업팀 과장은 "아동을 아끼고 보호해야 할 대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과 활동을 결정하는 주체로 바라보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창훈 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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