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실내 실탄사격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주말을 맞아 부산을 찾았던 일본인 단체관광객 8명이 숨지는 어이없는 참사가 빚어졌다.
일본인들의 주요 해외여행지인 부산에서 벌어진 자국민 참변에 놀란 일본 정부는 대책본부를 설치하며 피해 상황 파악에 분주했고, 일본 언론들은 국내 실내 사격장의 안전소홀과 방재시설 미비 등을 일제히 비난했다. 우리 정부는 긴급사과 성명을 발표하며 사태 수습에 나섰다.
14일 오후 2시 26분께 부산 중구 신창동 국제시장의 5층 건물 2층에 위치한 '가나다라 실내 실탄사격장'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이 나 일본인 관광객 8명과 한국인 관광가이드 등 10명이 숨지고, 일본인 관광객 3명 등 6명이 중화상을 입어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다.
교도통신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일본인 관광객 피해자 11명(사망 8명ㆍ중상 3명) 중 9명은 일본의 소도시 중학교 동창생으로 첫 해외단체여행에 나섰다가 참변을 당했다.
낙농업에 종사하거나 회사원들인 이들은 나가사키(長崎)현 운젠(雲仙)시 아즈마(吾妻)중학교의 야구부나 소프트볼부 소속으로 인연을 맺어 지금도 팀을 만들어 정기적으로 게임을 하는 등 돈독한 친구 사이였다. 이들은 9년 전부터 돈을 모아 3년에 한번씩 단체여행을 해오다 해외로 나서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14일 후쿠오카(福岡)시 하카다항에서 고속페리 편으로 부산항에 도착한 이들은 국제시장 등을 둘러본 뒤 부산에서 1박한 후 일본으로 돌아갈 예정이었다. 또 다른 일본인 관광객 2명은 이들과는 별도로 부산 관광길에 나섰다가 화를 당했다.
사고 소식이 알려지자 희생자 가족들은 충격으로 망연자실했다고 일본 언론들이 전했다. 숨진 것으로 확인된 회사원 이나다 아쓰노부(稻田篤信ㆍ37)씨의 가족들은 "이나다씨는 4명의 자녀를 둔 가장이다"며 "작년에 바라던 딸이 태어나 매우 즐거워했는데 이게 왠 날벼락이냐"며 할 말을 잃었다.
이나다씨의 중학생 장남은 "늘 상냥하고 친절한 아빠였다"며 "사고가 사실이 아니었으면 좋겠다"며 눈물을 흘렸다. 일본인 피해자 가족 37명은 이날 오후 1시10분 한ㆍ일간 쾌속선으로 부산에 도착한 뒤 희생자 분향소가 마련된 양산부산대병원을 찾아 오열했다.
요미우리신문 등 일본 언론은 화재 참사를 크게 다루면서 이 사격장에 가본 적이 있는 일본인 등을 인용해 "방음을 위해 폐쇄적으로 꾸며져 화재가 날 경우 연기가 실내에서 빠져나가기 어려운 구조", "낡은 건물인데다 천장이 낮고 환기가 안돼 이전부터 화재위험을 안고 있었다"는 등 방재대책 미비를 참사의 원인으로 지적했다.
일본 정부는 부산 총영사관에 대책본부를 설치하고 사고수습에 나섰다.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일본 총리도 15일 싱가포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장에서 이명박 대통령에게 일본인 피해자 안부 확인을 요청했고, 이 대통령은 "재발 방지를 위해 조사 중이며 일본측에 신속한 정보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이날 "한국관광을 책임지는 주무 장관으로서 유족들에게 위로와 정중한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사후 처리를 약속하고 재발 방지책을 강구해 즉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사상자 명단>사상자>
▦사망자 ▲아라키 히데테루(36ㆍ荒木英輝) ▲이나다 아쓰노부(37ㆍ稻田篤信) ▲오쿠보 아키라(37ㆍ大久保章) ▲나카오 가즈노부(37ㆍ中尾和信) ▲마에다 다이키(36ㆍ前田大輝) ▲미야자키 히데타카(36ㆍ宮崎英生) ▲오치아이 마사히로(56ㆍ落合政洋) ▲나가하마 마사노리(57ㆍ永浜正則) ▲이명숙(40ㆍ여ㆍKR여행사 가이드) ▲종업원 추정 1명
▦부상자 ▲하라다 요헤이(37ㆍ原田洋平) ▲가사하라 미사루(37ㆍ笠原勝) ▲시마다 아키라(37ㆍ島田明)▲문인자(66ㆍ여ㆍ세일여행사 가이드) ▲임재훈(31ㆍ종업원) ▲종업원 추정 1명
부산=목상균기자 sgmok@hk.co.kr
도쿄=김범수특파원 bs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