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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한류'로 가는 길] <2> 곳곳에 도사린 문제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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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한류'로 가는 길] <2> 곳곳에 도사린 문제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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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10 0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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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래서 다시 안온다

'들쑥날쑥 병원 마음대로 받는 치료비, 의료진의 불친절, 전문성 없는 코디네이터….'

한 번 한국을 찾은 외국인 환자들이 다시 오는 것을 망설이게 하는 행태들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의료계 관계자들은 "한국에 실망한 외국인 환자들이 다시 찾지 않으면 금세 환자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우선 같은 수술인데도 어떤 병원은 비용이 3배 이상이나 되는 점이 외국인 환자들로부터 원성을 사고 있다. 병원들은 외국인 환자들에게 통상 국내 환자의 2.5~3배에 해당하는 국제수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이마저도 병원별로 큰 차이를 보인다. 3월 서울의 대형 병원에서 단체 건강검진을 받은 러시아인 30여명이 귀국 후 가격이 한국 다른 병원의 3배가 넘는 것을 알고 강력하게 항의하는 일이 벌어졌다.

본보가 입수한 대형 병원들의 국제수가 자료에 따르면 외상으로 인한 백내장 수술의 경우 C병원은 2,000만원을 받아 A병원(600만원)의 3.3배에 달했다.

요로결석 시술도 C병원은 480만원으로 A병원(250만원)의 1.9배였다. 환자 모집 업체 관계자는 "치료 비용을 알려 주면 더 싸게 할 수 없느냐고 묻는 사람이 늘고 있다"며 "가격에 대한 불신이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 주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더욱 큰 문제는 한 병원 내에서도 표준화한 진료 수가 체계가 전무하다는 점이다. 모 대학 병원 관계자는 "외국인 환자가 온다고 하면 그제서야 다른 병원에 물어 보고 얼마까지 받을 수 있는지를 결정한다"고 주먹구구식 가격 산정 체계를 시인했다.

국내에 통일된 가격 체계는 물론, 병원별 가격 산정 기준조차 없는 한국에 반해 싱가포르는 정책적으로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가격을 공개토록 해 외국인 환자들에게 싸고 믿을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 주고 있다.

의료진의 불친절한 상담 태도에 불만을 느끼는 외국인들도 많다. 최근 국내 대형 병원에서 심혈관 질환 치료를 받은 러시아인 안드레이(51ㆍ가명)씨는 "러시아는 의료 장비나 기술이 뒤떨어지지만 의사들은 한국보다 훨씬 친절하다"며 "외국에서 치료를 할 일이 또 생기더라도 한국에는 오지 않겠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안드레이씨는 "진료실 앞에서 오래 기다려야 하고, 진료 시간은 너무 짧다"며 '30분 대기, 3분 진료'라는 한국 의료 서비스의 고질병도 꼬집었다.

의료진의 불만도 적지 않다. 인센티브는 없고 일거리만 늘었다는 반응이다. 한 대학 병원 전문의는 "한국 환자들도 밀리는데 외국인 환자까지 오니 어떤 의사가 달가워 하겠느냐"며 "외국인 진료 전담 의사를 별도로 배치하든지 의사들에게 외국인 환자 진료에 대한 인센티브를 줘서 동기 유발이라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코디네이터, 마케팅 인력 등 외국인 환자의 치료 계획을 수립하고 안내하는 인력의 비전문성도 문제다. 이들의 함량 미달은 외국인 환자의 불만을 낳아 환자 수 감소로 직결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유송영 한림대 의료관광인재양성센터 부장은 "난립한 사설 업체에서 4, 5주일의 속성 교육을 받은 코디네이터가 연간 1,000명 이상 배출된다"며 "전문성 없는 코디네이터들이 외국인 환자에게 나쁜 인식을 주지 않을까 우려하는 전문가들이 많다"고 말했다.

■ 이래서 아예 안온다

정부는 2012년까지 외국인 환자 14만명 유치키로 했지만 이는 지속적으로 수요 창출이 이뤄져 새로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이 계속 증가해야 달성 가능한 목표다. 그러나 이를 막는 요인들이 도처에 산재해 있다.

'치료 비용에 대한 답변이 너무 늦고 부정확하다.' A업체가 외국인 환자들의 한국 방문 전 주된 불만 요인을 분석한 결과다. 의료 서비스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의료 기술 수준이 낮아 한국에 가지 않겠다는 게 아니라 정보 제공이 늦어서라는 사실이 관계자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이 업체 관계자는 "대형 병원에 치료 비용 견적을 의뢰하면 보통 3, 4일이 걸리고 내용도 부실하다"며 "외국 환자들이 기다리다 지쳐 다른 나라로 가는 사례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싱가포르는 비용을 안내하는 데 1, 2시간밖에 걸리지 않는다. 강흥림 청심국제병원 국제홍보팀장은 "외국인 환자들은 보통 2, 3개 나라 5~10개 병원에 견적을 의뢰하고 있어 가격을 신속, 정확하게 안내하는 것도 경쟁력"이라며 "국가적 수가 산정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수술을 받다가 사망하거나 장애가 생길 수 있는데도 외국인 환자에 대한 보상 규정이나 관련 보험 상품이 전무한 점도 문제다.

불안감이 커진 외국인 환자들이 한국행을 포기하게 되기 때문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최근 배포한 표준진료계약??외국인 환자 관련 의료 분쟁이 일어나면 한국법을 따르고, 우선적으로 중재 제도를 거치도록 했지만 이것만으로는 불충분하다는 게 의료계의 시각이다.

의료 분쟁 관련 대책이 없어 외국인 환자를 진료하는 의료진도 불안해 하고 있다. 외국인 환자가 자국에 돌아가 재판을 신청하면 수백억 원을 배상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홍민철 한국글로벌헬스케어협회 사무총장은 "병원별로 보험에 가입하고, 외국 대형 보험사에 500억원 규모로 재보험을 드는 게 외국 환자와 국내 의료진 보호를 위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한국 의료 서비스의 간판이라고 할 수 있는 홈페이지도 홍보 기능을 못하고 있었다. 국고 1억원을 들여 만든 한국국제의료서비스협의회 홈페이지(www.koreahealthtour.co.kr) 메인 화면에는 최근 업데이트된 내용은 전혀 없다.

영문 홈페이지에 지난해 올린 소식지 두 건이 전부다. 홈페이지에 등록된 질문은 단 한 건도 없었다.

그나마 홈페이지에 올라온 자료마저 잘못돼 빈축을 사고 있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이 2007년, 고려대 안암병원이 2009년 8월 국제 의료 기관 인증인 JCI(Joint Commission International) 인증을 획득했는데도 자료에는 국내 인증 의료 기관이 1곳이라고 소개돼 있다.

미국 보험사들은 주로 JCI 인증이 있는 의료 기관에 환자를 보내기 때문에 이 인증은 필수 요건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관광공사 홈페이지(www.visitkorea.or.kr)에서도 오류가 발견됐다.

'Themed Travel'(테마 관광) 메뉴에서 진료 분야를 'Oriental Medicine'(한의학)으로 선택하면 한방 과목을 진료하지 않는 삼성의료원과 고려대 안암병원을 안내한다. 믿을 수 없는 한국 의료 서비스의 단면이다.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 시골의원에까지 유치 등록증 남발

지난달 20일까지 정부로부터 외국인 환자 유치 등록증을 발급받은 의료 기관은 1,301개.

그러나 이들 중 외국인 전담 코디네이터를 고용해 상담하고, 최신 치료 장비를 갖춘 곳은 100개도 안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관계자조차 "허수가 많은 것을 인정한다"며 "자격 기준을 강화하는 방법을 고민 중"이라고 답했다.

등록증 발급 의료 기관이 이토록 많은 이유는 기준이 '전문의 1인 이상'으로 터무니없이 낮았기 때문이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정부가 의료 기관들의 참여도를 실제보다 높게 보여 주려고 도저히 외국인 진료를 할 수 없는 시골 의원에까지 등록증을 남발했다"고 지적했다.

대형 병원이 주축이 된 한국국제의료서비스협의회, 개원의 중심인 전국글로벌의료관광협회와 한국글로벌헬스케어협회 등 관련 단체들의 경쟁도 허수를 부추긴 원인이다.

모 협회 관계자는 "사단법인으로 인가받기 위해서는 등록 의료 기관의 숫자가 많아야 했기 때문에 너도나도 단체의 외연을 억지로 늘릴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외국인 환자를 유치하는 모객 업체도 이런 상황은 마찬가지. 등록증을 받은 업체는 총 79곳이지만 관광이나 의료에 대한 전문성을 갖춘 업체는 10곳 남짓이다.

외국인 환자 유치 사업으로 돈을 벌 수 있다고 소문만 듣고 뛰어든 영세 업체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다 보니 업체들의 과도한 수수료 강요, 관광 상품 강매 등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한 대학 병원 관계자는 "준비되지 않은 의료 기관과 모객 업체를 솎아 내야 한다"며 "전체 등록 기관, 업체에 대한 재평가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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