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3년 거란의 소손녕이 80만 대군을 이끌고 고려를 침입했다. 당장 항복하지 않으면 섬멸할 것이라고 협박했다. 고려 조정은 서경 이북 땅을 거란에 떼주자는 '할지론', 투항론, 응전론 등으로 의견이 분분했다. 이때 장희공 서희가 나섰다. 소손녕과 협상 끝에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강동6주를 되찾고 거란군을 돌려 보냈다.
외교통상부는 9일 고려 성종 때 문신 서희를 '2009 우리 외교를 빛낸 인물'로 선정하고 기념 학술회의를 열었다. 유명환 외교부 장관은 "서희의 외교 담판은 고려와 거란 모두에 유익한 '윈 윈' 협상이었고 이는 정부가 추구하는 창조적 실용외교와 맥락이 닿아 있다"고 밝혔다.
회의에 참석한 학자들도 서희 외교의 계승을 주문했다. 박현모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협상 성공의 제일 요소는 외교관의 인격이고 국왕의 지지와 신뢰"라며 "국왕 앞이라도 바른 말을 할 수 있는 고려정치의 전통과 좋은 의견을 잘 받아들이는 국왕 성종의 회의 운영 덕분에 서희의 협상 리더십이 발휘됐다"고 평가했다.
김기홍 부산대 교수는 "그 자신의 탁월한 외부 협상력과 함께 거란에 대한 자신감과 북진정책으로 대표되는 고려 사회 내부 조건이 큰 역할을 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김 교수는 한국 외교와 관련, ▦훈련된 협상가가 없다 ▦협상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사회전반 분위기가 대외협상을 제대로 지원 못한다 등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김성배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위원도 "서희 정도의 외교력을 보이려면 우리 외교관에게도 그만한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며 "훈령을 보내는 장관조차 다른 쪽을 의식해야 하는 상황은 문제"라고 말했다.
정상원 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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