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북구 수유1동에서 '세탁하기 좋은 날'을 20년간 운영해온 박기문 사장은 요즘 일하는 게 즐겁기만 하다. 지식경제부의 지원으로 정보기술(IT)업체 이씨플라자컨소시엄이 개발한 '유클리닝'이란 솔루션을 도입한 뒤 일은 한결 수월해진 반면 세탁물 분쟁은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박 사장이 3월 유클리닝과 터치스크린 방식의 판매시점관리(POS) 단말기와 웹캠, 발신자 전화번호 표시기, 영수증 인쇄기를 세트로 들여온 뒤부터 '세탁하기 좋은 날'의 업무는 눈에 띄게 빨라졌다. 터치스크린에 고객 이름 초성자만 입력해도 주문 내역 등이 검색 가능하고, 컴퓨터가 자동으로 계산하는 것은 물론, 인수증과 영수증을 출력까지 해 주니 1급 비서를 둔 것이나 다름없다.
특히 세탁물 분쟁은 아예 사라졌다. 예전에는 의류의 손상이 발견돼 미리 알렸다고 하더라도 인도 시 항의하는 고객이 있었고, 이 경우 책임 소재를 가리기가 힘들었다. 수기로 처리했던 주문 사항 등도 이젠 원터치로 가능하다. 고객별 매출을 뽑을 수 있으니 마일리지 또는 할인 혜택 등을 제공할 수 있어 단골확보 가능성도 더 커졌다.
짧은 문장 발송 기능을 통해선 세탁물 처리 현황이나 추석 및 신년하례 인사 등도 처리할 수 있다. 미수금 관리도 수월해진 것은 물론이다. 박 사장은 "일이 편해진 것 보단 고객의 신뢰가 커진 것이 더 기쁜 일"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서비스업에 종사하고 있는 영세 소상공인들이 최근 최첨단 IT 솔루션을 통해 대기업의 운영 시스템에 못지 않은 경쟁력을 갖춰가고 있어 주목된다. 정부의 'IT활용을 통한 서비스산업 생산성 향상 계획'에 따른 성과이다.
현재 서비스업 소상공인이 사실상 공짜로 이용할 수 있는 IT 솔루션은 모두 8가지. 아직 널리 보급되진 않은 상태지만 발 빠른 영세 소상공인을 중심으로 입 소문이 나며 가입자가 늘고 있다.
전국에 모두 3만3,600여곳이 운영되고 있는 세탁ㆍ수선업소들을 위한 e-세탁소 통합관리 솔루션인 '유클리닝'이 대표선수.
인터넷 전화기(VoIP) 기반의 소상공인의 유통지원 시스템도 주목된다. 고객들이 소상공인 전문인터넷 쇼핑몰(www.traffer.co.krㆍ이달 개통 예정)을 통해 주문하면 해당 지역 소상공인의 가게 인터넷 전화기의 3.6인치 LCD창에 주문 내역과 고객 정보 등이 뜬다. 소상공인은 매장에 컴퓨터가 없더라도 인터넷 전화기만 있으면 고객의 주문을 받을 수 있다.
인터넷 전화기는 출력 기능도 갖고 있어 곧바로 주문서를 인쇄할 수도 있다. 인터넷 전화기가 공짜로 제공되는 것은 물론이고 해당 업체에선 인터넷 웹사이트도 무료로 개설해 줄 계획이다. 인터넷에 여전히 거부감과 생소함을 갖고 있는 소상공인들도 인터넷 고객과 손 쉽게 만날 수 있게 된 셈이다.
이미 춘천 상공회의소 주도로 강원 지역 소상공인 1,000여명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이 실시돼 큰 호응을 얻었다. 다만 전화기를 인터넷과 연결해야 하는 만큼 인터넷 서비스를 받지 않고 있는 소상공인이라면 인터넷을 신청해야 하는 것이 단점이다.
경기 성남시 복정동 '관광꽃백화점'은 인터넷기반 '유플라워 화원관리시스템'의 덕을 톡톡히 본 경우다. 이전에는 비체계적인 수기 방식으로 주문 접수 및 배달 등의 업무를 처리, 시간적ㆍ공간적 제약이 많이 있었으나 다음소프트컨소시엄에서 개발한 화원관리시스템 솔루션을 도입한 후 꽃 배달 수주 업무의 효율성이 크게 높아졌다. IT 솔루션을 이용, 고객이 성남 이외의 지역에 꽃배달을 요청할 때에도 해당 지역 꽃집에 자동으로 요청내역을 발주할 수 있고 배달 사항 등을 문자와 이메일로 확인할 수 있어 안심할 수 있다. 기억에만 의존하던 고객관리에서 탈피, 해당 고객의 특정 기념일이나 생활속의 많은 기념일에 알림 문자를 발송할 수도 있게 됐다.
또 아름넷닷컴에선 고객들이 제품 판매를 위해 사용하고 있는 시스템의 데이터를 통합, 판매분석 등을 통해 매출 향상을 위한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지원하는 '온오프통합 세일즈 솔루션'을 개발, 보급하고 있다. 교육용품 전문기업 '아이꿈터'는 이 솔루션을 통해 전산관리 비용을 50% 이상 절감했다고 밝혔다.
지역마다 제 각각인 오프라인 지역 상품권을 온라인 쇼핑몰 상에서 쉽게 결제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전자상품권 결제 솔루션도 있다. 대다수의 자자체가 상품권의 제작부터 판매까지 전 과정에 대한 경험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점에 착안, 한국조폐공사를 통한 상품권 제작부터 지자체의 홍보 전략 수립, 가맹점 확보 방안 등의 토털 컨설팅을 제공한다.
이외에도 입체 가상현실 기술과 멀티 터치스크?및 실험도구 등을 활용, 보다 현장감 있는 과학실험을 지원하는 학습시스템, 기업 맞춤형 글로벌 특허정보 시스템 솔루션도 서비스업 상공인이 사실상 무료로 지원받을 수 있는 시스템들이다. 다만 기기값은 따로 부담해야 한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국내 서비스산업은 지난해 기준 고용비중(68%)과 GDP 비중(58%)에서 가장 큰 업종임에도 불구하고 낮은 생산성으로 성장률이 둔화되고 있다"며 "신규 개발 IT솔루션이 서비스 기업 전반에 확산ㆍ보급되어 정체 상태인 서비스산업의 생산성을 크게 향상시키는데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박일근 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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