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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석의 That’s hot!] '친구, 우리들의 전설'이 남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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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석의 That’s hot!] '친구, 우리들의 전설'이 남긴 것

입력
2009.09.01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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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의 '친구, 우리들의 전설'이 8월 30일 종영했다. 곽경택 감독이 자신이 만든 같은 이름의 영화를 리메이크해 화제를 모은 드라마지만, 한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해서인지 조용히 드라마를 끝냈다.

새 내용을 추가했다 해도, 지난 10여년간 많은 국민이 본 작품 그것도 주인공이 불행으로 치닫는 작품에 흥미를 불어넣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지만 '친구, 우리들의 전설'이 그 예정된 불행을 영화와 상반된 방식으로 해석한 것은 주목된다.

영화 '친구'는 '남자들의 시대'에 대한 향수와 변명처럼 보였다. 친구 사이에서도 '오야붕'과 '시다바리'가 분명하게 나눠졌고, 학교 폭력은 '추억'이었으며, 준석(유오성)은 프랭크 시나트라의 '마이 웨이'를 부르면서 "이 길을 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남자와, 폭력의 시대에 대한 자기 인정. '친구'가 좋은 흥행 성적에도 불구하고 찬반이 갈린 이유가 거기 있었다.

반면 드라마 '친구, 우리들의 전설'은 그 시대를 회고하되 '아프게'돌아본다. 돈 없고 빽 없이 싸움 잘하던 친구는 권투로 성공하고 싶었지만 어른들의 편파판정 벽에 막혀 조폭이 되고, 공부 잘하던 친구는 좋은 대학에 갔지만 군대에서 기무사에 의해 학생운동 계보를 밀고하라는 압박을 받는다. 상택(서도영)이 고문당한 것을 아는 그의 중대장이 그에게 한 말은 그 시대의 정신을 보여준다. "살아라."

조폭 세계부터 언론계까지 옳은 길을 가기 위해서는 죽음을 각오해야 했던 시대에, 우리는 살기 위해 불의와 손잡았다. 하지만 그래도 조금이라도 제대로 살기 위해 발버둥쳤다. 조폭 준석(김민준)과 동수(현빈)는 그 세계에서 벗어나기 위해 애썼고, 상택은 기자가 돼 굵직한 정치권 비리를 밝히려 노력한다. '친구'가 한국 현대사의 성장신화를 남자의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미화했다면, '친구, 우리들의 전설'은 우리가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약한 사람이었다는 것을 고백한다.

'친구, 우리들의 전설'은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죄의식에 대한 씻김굿이다. 그리고 그 고백의 순간, 우리가 잃어버린 사람과, 정의와 시대에 대한 회한은 가슴을 치는 힘이 있다. 투박할 만큼 정석적이지만 사람의 감정을 그대로 끌고 가는 연출 역시 요즘 드라마가 갖지 못한 미덕이었다.

곽경택 감독이 '친구, 우리들의 전설'의 엔딩을 영화와 조금 다르게 한 것은 그래도 그가 시대의 억압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했음을 전달하려 한 것이 아닐까. 시대는 변했고 친구들은 전설이 됐다. 이제 돌아보기 보다는 앞으로 나아갈 수 있기를.

대중문화평론가 lennone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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