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어제 향후 3년간 10조원 남짓의 세수증대 효과가 예상되는 세제개편안을 내놓았다. 민생 안정, 지속 성장, 과세 정상화, 건전 재정 등 네 마리 토끼를 고려한 작품이라고 한다. 중도실용과 친서민을 표방한 대통령의 뜻을 담고 미래성장 잠재력도 키우면서 기업 프렌들리 기조도 이어가야 하는 정부의 고심이 잘 드러난다. 그래서 초점이 불분명하고 의욕이 앞선 느낌이 들지만, 제한된 조건 하에서 대기업과 자산계층의 증세가 불가피하다는 방향은 올바로 잡은 것으로 보인다.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재정지출 확대로 올해 재정적자는 50조원을 넘고 국가채무도 GDP의 35.6%인 366조원에 이르게 된다. 이런 상황은 내년에도 개선하기 힘든다. 경기가 회복기미를 보이고 있다지만 고용시장 상황 등을 감안할 때 섣불리 확장적 거시정책 기조를 철회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더구나 지난해 법인세ㆍ소득세의 세율 인하로 내년엔 13조원대의 세수감소가 예상된다.
쓸 곳은 많은데 곳간은 되레 비게 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감세 기조를 유지하면서 30조원에 가까운 비과세ㆍ감면 축소와 고소득 전문직 사업자의 과표 양성화에서 답을 찾았다. 연 1억원 이상 고소득자의 세액ㆍ소득공제 폐지 및 축소, 변호사 등 고소득 전문직의 과표 양성화, 부동산 양도세 세액공제 폐지, 다세대 전세보증금 과세, 신용카드 공제 축소, 에너지 다소비품목 개별소비세, 대기업 법인세 최저세율 환원 등이 그것이다. 정부는 지난 20일 서민층과 중소기업에 대한 2조원대의 세제지원 방안도 내놓았다.
정부는 이번 개편안으로 내년에 7조7,000억원, 향후 3년간 10조5,000억원의 세수가 늘어나고, 이 중 80%가 고소득자와 대기업이 부담하게 될 것이라며 '서민감세-부자증세' 성격을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해 무리하게 밀어붙인 법인세ㆍ소득세율 인하조치를 고집함으로써 개편안의 취지는 빛이 바랬고, 이런 정도로 건전 재정 약속을 지켜낼지도 의문이다. 큰 숙제는 뒤로 미루고 곁가지만 건드리는 방식의 세제 개편으로 신뢰를 얻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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