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지사에 대한 주민소환이 불발로 끝났다. 어제 치른 투표에서 투표율이 3분의 1에 한참 미달해 투표유효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 이로써 해군기지 유치를 놓고 벌어진 제주도지사와 일부 주민들의 갈등에서는 도지사가 오히려 추진력을 얻게 됐다.
그러나 광역자치단체로는 처음 치러진 이번 주민소환투표는 많은 과제를 남겼다. 주민소환제의 범위와 한계는 어디까지로 할 것인가, 부작용은 어떻게 막을 것인가, 그리고 주민소환제에 따른 주민들 간의 갈등과 분열은 어떻게 할 것인가를 곰곰이 짚어봐야 한다.
2007년 7월 도입된 주민소환제는 지방자치단체장들의 독단적인 행정 운영과 비리를 유권자들이 직접 견제하는 장치다. 주민들에게 지자체장 선출권은 물론 해임권까지 줌으로써 직접 민주주의를 확대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제주도지사와 2007년 하남시장 사례에서 보듯, 문제는 자칫 이 제도가 행정공백과 지역 이기주의, 주민갈등만 부추길 수 있다는 데 있다.
하남시장과 제주도지사에 대한 주민소환의 사유는 화장장이나 군사시설 등 기피시설 유치에 따른 것이었다. 그 과정에서 시장과 도지사의 주민 여론 무시와 독선을 문제 삼았다. 그러나 이런 사업의 경우 주민 전체의 동의를 얻기란 애초 불가능하다. 물론 여론을 무시해서도 안 되지만 정치적, 행정적 결단이 필요한 경우도 많다. 더구나 제주도의 해군기지 건설은 단순히 지역개발 차원이 아니라 국가안보와도 관련된 중요한 국책사업이다.
헌법재판소는 3월에 비민주적, 독선적인 정책 추진 등을 광범위하게 통제한다는 주민소환제의 필요성을 반영하기 위해 "청구사유에 제한을 둘 필요가 없다"고 결정했지만, 그렇다고 이를 남용해 정쟁의 도구나, '님비'를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삼아서는 안될 것이다. 미국도 1903년 로스앤젤레스시에서 처음 도입한 이래 106년 동안 주민소환으로 주지사가 해임된 것은 단 두 번 뿐일 정도로 요건과 절차를 까다롭게 해 놓았다. 지방자치단체장 감시와 견제를 위해서라도 주민소환제는 분명 필요하다. 그러나 명약도 남용하면 독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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