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파르마 대학의 지아코모 리촐라티 교수 연구팀은 1980년대 후반부터 돼지꼬리원숭이의 뇌에 전극을 꽂고, 손과 입의 동작을 제어하는 신경세포를 가려내는 실험에 열중했다. 원숭이가 먹이를 집을 때 어떤 뉴런(신경단위)이 반응하는지를 관찰하던 이들은 90년대 중반 놀라운 발견에 이르렀다. 투명 칸막이로 가로막힌 원숭이는 먹이를 집을 수 없었는데도 연구원이 먹이를 집어 들자 직접 먹이를 잡아챌 때 반응했던 뉴런이 똑 같은 반응을 보였다. 일부 과학자들이 DNA 이중나선 구조의 발견에 견주는 '미러 뉴런'의 확인 순간이었다.
■인간의 뇌에서 관찰할 수는 없었지만, 자기공명영상(MRI)이나 뇌파 연구 등을 통해 대뇌 피질 전두엽 등에서 일어나는 비슷한 작용은 확인됐다. 나중에 언어작용과 밀접한 '브로카 영역'에서도 같은 작용이 활발하다는 것이 밝혀졌다. 다만 대응 뉴런을 특정할 수 없어 '미러 뉴런 시스템'이라고 불렀다. 이것만으로도 신경과학 인지과학 심리학 언어학 철학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들을 열광시켰다. 대부분 모방에서 시작되는 유아기의 학습, 언어능력의 습득, 감정이입, 연민과 카타르시스 등을 설명할 유력한 수단이었다.
■특히 사회적 존재로서의 인간 특성과 관련해서도 미러 뉴런은 인간의 자아가 사회적으로 구축된다는 점을 시사했다. 그 연장선상에서 자폐증이나 남녀의 인식 차이와 미러 뉴런의 관계도 활발히 연구됐다. 일본의 신경과학자인 모기 겐이치로는 <화장하는 뇌> 라는 저서에서 여성의 화장을 사회성의 상징으로 보았다. 인간은 자신의 모습, 개중에서도 얼굴의 실상은 볼 수 없다. 얼굴은 결코 완전대칭이 아니어서, 거울로는 남의 눈에 비친 것처럼 좌우가 바뀐 모습만 볼 수 있다. 따라서 화장은 타자의 시선을 수용하고 그에 맞추어 자신의 모습을 다듬어가는 행위와 다름없다. 화장하는>
■아침마다 거울 앞에서 얼굴과 머리를 매만지는 행동이 역사ㆍ문화적으로 규정되거나 강요된 게 아니라 미러 뉴런의 작용에 기인한다면 남녀 차이를 새로운 눈으로 바라볼 수 있다. 남성보다 언어능력이 뛰어난 데다 미러 뉴런까지 활발하다면 소통과 화해, 평화 만들기는 여성에게 훨씬 잘 어울리는 역할일 수 있다. 물론 남성 일부가 여성적이듯, 미러 뉴런이 남성 수준이거나 그 이하인 여성도 있게 마련이다. 다만 여성적 지도력에 대한 요구가 커질수록 거울 앞에서 공들여 얼굴을 만드는 여성 지도자들이 늘어날 것이란 생각이 든다.
황영식 논설위원 ysh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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