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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출어람 한국기업의 성공 DNA] <9> 디스플레이 삼국지의 승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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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출어람 한국기업의 성공 DNA] <9> 디스플레이 삼국지의 승자로

입력
2009.08.20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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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른 투자가 급선무다." "지금은 내실경영에 치중할 때다."

2007년 9월, LG디스플레이 컨트롤타워에선 8세대 LCD(액정표시장치) 패널 생산 라인 투자 규모와 시기를 놓고 치열한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한 장의 LCD 패널에서 47인치 8장이나 55인치 6장을 찍어낼 수 있는 8세대 LCD 패널 생산 라인은 당시, 디스플레이 업계에선 가장 앞선 최첨단 시설이었다.

"8세대 LCD 패널 생산 라인 투자가 늦었지만 가격 경쟁력을 갖춘 제품을 생산한다면 일본이나 대만 등 해외 선발 업체와의 경쟁에서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이란 강경파와 "후발 주자가 불황에 무리한 투자를 감행할 경우엔 자칫 더 큰 화를 불러올 수 있다"는 신중파가 충돌을 일으켰다.

"장치 산업으로 분류되는 디스플레이 업계 특성을 고려했을 땐, 충분히 그럴 만도 했어요. 회사의 존폐 여부가 달린 3조원이 넘는 대규모의 투자 결정을 해야 했으니까요. 그 때만해도, 8세대 라인은 이미 국내ㆍ외 경쟁사들이 먼저 진출해 주도권을 확보해있은 상태였구요." 이석화 LG디스플레이 경영기획담당 상무는 선택과 집중의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었던 순간을 이렇게 그려냈다.

사상 최대 규모의 영업적자(8,790억원)를 기록하며 악몽과도 같았던 2006년을 보낸 직후였던 터라, LG디스플레이로선 차세대 먹거리 창출 프로젝트와 관련된 적절한 시설 투자 타이밍 포착은 그 만큼 중요할 수 밖에 없었다.

시설 투자에 대한 초반 분위기는 다소 부정적으로 나타났다. 위기 탈출을 위해 2007년 1월 대표이사를 맡으며 구원투수로 등장한 권영수 사장도 "과거처럼 새로운 수요가 생기면 공장을 지어 대응하던 시절은 끝났다"면서 "이제부터는 기존 생산 시설의 효율 극대화를 통해 신규 수요에 대응할 것"이라며 내실을 다지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특히 권 사장은 기존 공장 설비에서 낭비 요소를 제거해 생산 능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리자는 '맥스캐파'(Max Capaㆍ극한도전) 운동 카드를 꺼내 들면서 직원들을 독려하고 나섰다.

당시만해도 '맥스캐파' 운동이 사내에 널리 퍼져 있던 패배 의식을 바꾸고, LG디스플레이가 나아가야 할 향후 진로까지 변경하게 될 줄은 아무도 알지 못했다. 이 운동이 빛을 발하면서 내리막길로만 향했던 실적은 2007년 2분기부터 흑자(영업이익 1,500억원)로 돌아섰다. 플러스 성장을 위한 기틀이 마련됐던 것이다.

"'가능할까'라는 불확실성이 '할 수 있다'라는 확신으로 바뀌면서 사내 분위기도 덩달아 활기를 되찾아 갔습니다. 8세대 LCD 패널 생산 라인에 대한 시설 투자 문제도 자연스럽게 새로운 관점에서 다시 시작하게 됐어요." 성공적인 '맥스캐파' 운동 전개가 실적 개선은 물론, 차세대 시설 투자를 위한 기초체력 보강에 자양분 역할을 했다는 게 이 상무의 설명. 자가 진단을 통해 취약했던 부분을 보완한 다음, 기회를 엿보겠다는 권 사장의 경영 전략이 통했던 셈이다.

결국, 2007년10월 이사회는 8세대 LCD 패널 생산 라인에 3조1,000억원 투자 결정을 내렸고, 어두웠던 과거의 터널에서 벗어나는 듯 했다.

'제2의 도약'이라는 부푼 꿈에 젖어 있던 LG디스플레이에게 예기치 못한 복병이 찾아왔다. 전대미문의 '미국발 금융위기'(2008년 하반기)로 전 세계가 초토화되기 시작했던 것. 세계 경제는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기나긴 불황의 늪 속으로 휘말려 갔다.

어렵게 결정한 8세대 LCD 패널 생산 라인에 대한 투자 결정도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올랐다. "또 다시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드는 기분이었어요. 일본과 대만 등에서 경쟁 업체들의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는 소식이 계속해서 들려왔습니다. 일부에서 '투자를 보류해야 한다'고 제기한 의견에 무게가 실리기 시작했습니다. 실제 대만이나 다른 나라의 경쟁업체들도 예정된 투자를 축소하면서까지 위기 경영에 들어갔으니까요." 이 상무는 1년 전의 긴박하게 돌아갔던 상황을 또렷하게 기억해 냈다.

그러나 회사 수뇌부의 생각은 달랐다. 작은 외부 환경 변화에도 신음했던 2007년과는 상황이 달라졌다는 판단에서였다. '맥스캐파' 운동 등에 힘입어 체질 개선에 성공하며 고객들로부터 제품 신뢰도를 얻어 수요처를 폭 넓게 확보한 만큼, 다소 위험 부담이 있더라도 공격 경영을 감행해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을 얻어 갔고, 마침내 올해 3월 8세대 LCD 패널 생산 라인은 본격 가동에 착수했다.

결과는 대만족. 일반적으로 수율(불량률의 반대 개념)이 90%가 넘으면 일컬어지는 '골든 수율'을 8세대 LCD 패널 생산 라인에선 불과 공장 가동 3개월만에 이뤄낸 것이다. 더 놀라웠던 점은 6만장의 풀캐파로 공장을 가동해도, 이 같은 수율을 유지해 냈다는 점이다.

"맨 밑바닥까지 떨어져도 보고, 그 동안 비싼 수업료 냈잖아요.(웃음) 그 만큼의 결과물을 뽑아내야죠. 차별화 된 경쟁력을 갖춘 만큼 이젠 새로운 도약을 위한 또 다른 로드맵을 준비해 갈 겁니다." 구 상무가 제시한 청사진에서 LG디스플레이의 비전과 희망을 엿볼 수 있었다.

■ 구도회 LGD 8세대 라인 공장장

"공장을 하루 종일 돌려도 고객들의 주문량 맞추기가 힘듭니다."

경기 파주시에 마련된 LG디스플레이 8세대 LCD 패널 생산 공정을 책임지고 있는 구도회(사진) 공장장(상무)에게 요즘 근황을 묻자, 돌아온 답변이다. LG디스플레이 파주 공장의 모든 LCD 생산라인을 24시간 3교대로 풀가동하고 있지만 주문량의 약 90% 밖에 소화를 못하고 있다고 한다.

"올해 3월 문을 연 8세대 LCD 패널 생산 능력을 3개월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월 8만3,000장 규모의 최대치로 끌어올렸는데도, 수요를 맞추기 어려운 지경입니다." 구 상무가 당연한 것처럼 설명을 이어갔지만, 업계에선 아직까지도 LG디스플레이가 3개월만에 90%의 수율로 8세대 LCD 라인 풀가동에 들어갔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새로운 생산라인 가동시, 평균 이상의 수율로 정상궤도에 진입하기 위해선 보통 6~7개월 이상 걸린다는 통념의 벽을 깨트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 LG디스플레이가 불가능에 가까운 사건을 현실화할 수 있었던 데에는 보이지 않는 숨은 노력이 뒷받침 됐다. 8세대 LCD 패널 생산 라인을 업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 올리기 위해 각 공장에서 특별히 베테랑 직원 70명을 엄선, '드림팀'을 운영했으며 기존의 1~7세대 공장에서 경험했던 개선점만을 뽑아 협력사와 더불어 최적의 설비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또한 공장 가동에 필요한 설비 부품들을 들여와 조립해 테스트를 거쳐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갔던 과거 시스템과는 달리, 사전에 조립된 제품 설비 반입으로 완제품 양산까지 걸리는 시간을 최소화 했다.

투자비 최소화를 위한 작업도 병행됐다. 제품 설계에서부터 검토 단계까지 낭비요소를 제거하기 위해 그 동안 생산 현장(클린룸)에서 해왔던 검사와 수리 등의 작업을 클린룸 외부에서 모니터를 통해 실시하는 원격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 덕분에 생산 속도는 크게 향상됐고 생산에 필요한 인력도 50% 이상 줄일 수 있었다. 결국, 공장 자동화 설비 시스템 구축으로 최고의 생산성과 수익성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셈이 됐다.

구 상무는 "기존의 발상이나 관습에 얽매이지 않고 제로베이스 관점에서 새로 시작했던 게 오늘날 이런 결과를 가져온 것 같다"며 "가격 경쟁력을 갖춘 양질의 제품 출시를 위한 노력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파주=허재경 기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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