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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과 마음/ "건강검진 비용 미국의 20%"… 의료한류 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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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과 마음/ "건강검진 비용 미국의 20%"… 의료한류 굿~

입력
2009.07.16 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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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만에 고국의 친지를 만나러 귀국한 재미동포 진모(60)씨는 지난 달 초 서울 반포동의 서울성모병원 평생건강증진센터에서 명품 건강검진 서비스인 '마리안 프레스티지 프로그램' 건강검진을 받았다. 미국에서 건강검진을 받으려면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 고국 방문길에 미국보다 훨씬 싼 가격에 건강검진을 받은 것이다.

진씨는 가슴 X선 검사와 각종 혈액 검사, 위내시경 검사 등 70여 가지 기본 검사에서 심장, 갑상선, 전립선 초음파,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 양전자단층CT촬영(PET-CT) 등 최첨단 장비를 이용해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든 검사를 450만원에 받았다.

미국에서 같은 수준의 건강검진을 받는다면 1만5,000~2만달러(1,950만~2,600만원)를 지불해야 한다. 1박2일 동안 숙박검진을 받은 진씨는 미국의 5분의 1 수준에도 못 미치는 검진비로 친절한 서비스와 정확한 검사를 받은 것에 흡족해 했다.

■ 5월부터 해외 환자 유치 가능해

지난 5월 1일 해외 환자 유치 알선행위가 합법화되면서 해외 환자 유치 열풍이 불고 있다. 사실 그 동안 국내 의료 수준은 세계 최고임에도 불구하고 제도적 장치의 미비로 싱가포르나 태국 등과 달리 외국인 환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에 맞춰 각 병원들은 해외 동포 유치를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서울성모병원은 영어와 러시아어, 일어, 프랑스어를 구사할 수 있는 코디네이터 4명이 상주하면서 이들 언어를 쓰는 환자가 불편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특히 러시아 의사면허를 가진 러시아인 의사가 직접 문진해 러시아권 환자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또한 서울성모병원에서는 교수급 의사가 직접 국제진료센터에서 진료를 하고 있다.

서울대병원은 지난해 11월 미국 로스앤젤레스 현지에 사무소를 열고 상담을 위한 간호사도 파견했다.

삼성서울병원도 국제진료소 소속 의사를 5명으로 늘리고 러시아 통역 요원을 두는 한편, 외국인병동 설립도 검토하고 있다. 특히 삼성서울병원 건강의학센터는 지난 달부터 교포 대상 건강검진 프로그램을 만들고, 전용 콜센터도 마련해 미국 기준 낮 시간대에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은 전문 대행사를 통해 무리하게 해외 환자를 유치하기보다 간이식, 암 수술, 심장병 치료 등 앞선 의학기술을 외국인 의사에게 전수하고 있다.

그렇지만 서울아산병원은 최근 영어와 일본어, 중국어로 된 인터넷 사이트를 열고, 외국인이 관심이 높은 암과 심장병, 뇌 질환 등 건강검진 패키지를 구성하고 전담 코디네이터를 통한 핫라인을 열어 해외 환자 유치에 대비하고 있다.

지난해 9,527명의 외국인 환자를 진료했던 세브란스병원은 최근 동포환자보다 실제 외국인 환자를 유치하기 위해 국제의료기관평가(JCI) 인증을 통해 미국 최대 보험사인 '블루크로스&블루실드'사와 보험가입자 해외진료 관련 협약을 맺었다.

현재 활동 중인 6명의 외국인 전담 코디네이터 수를 더 늘리고, 영어와 일본어, 러시아어 등을 할 수 있는 의사ㆍ간호사도 충원하고 있다. 반면 아직 다른 대형 대학병원은 일반 전문대행사를 통해 환자를 유치하고 전문인력과 시설을 확충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 외국인 진료 수가 병원마다 달라

외국인 진료에서 건강검진은 내국인이나 외국인 모두 같은 비용을 내는 '정찰제'라 문제가 없다. 하지만 재미동포를 비롯한 외국인 환자에 대한 진료 수가(의료행위의 가격)가 병원마다 다르다.

서울성모병원은 질환별로 국내 환자에게 적용하는 일반 수가(본인 부담금+보험급여)의 100~150%를 차등적용하고 있다. 강남세브란스병원은 통역 등 추가 투입되는 인력이 없다는 이유로 일반 수가만 받고 있다.

각 지방자치단체도 지역관광과 연계하기 위해 발벗고 나섰다. 서울시는 일본 도쿄에서 의료관광객 유치 설명회를 가졌고, 대구시는 외국인환자 시장개척단을 꾸렸다.

하지만 환자 유치 과열 경쟁으로 의료 서비스가 저하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한 병원 관계자는 "대행사들이 터무니없이 커미션을 많이 주는 병원에만 환자를 소개할 가능성이 크고, 병원 간 커미션 경쟁이 붙으면 의료 서비스가 저하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며 "대행사들의 농간으로 외국인 환자들이 한국 병원에 실망만 하고 돌아설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병원 관계자는 "의사와 간호사 등 전문인력과 병동 등 기본 시설은 확충하지 않고 무턱대고 돈 되는 외국인 환자를 잡겠다는 병원이 많다"고 지적했다.

권대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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