숱한 생명을 앗아간 이탈리아 라퀼라시 강진이 20대 여성의 극적인 구조, 서로를 꼭 껴안은 채 숨진 아름다운 연인의 발굴 등 진한 감동도 낳고 있다.
7일 라퀼라시는 한 쌍의 연인 때문에 눈물을 훔쳤다. 결혼을 앞둔 20대 커플이 지진으로 숨을 거두면서 서로를 꼭 껴안고 있었기 때문이다.
라퀼라 지역 대학의 기숙사 관리를 맡고 있던 프란세스코 에스포지토(24)는 공대생인 여자친구 안젤라(23)와 함께 있다가 6일 새벽 3시 30분에 닥친 화를 피하지 못하고 건물더미 밑에 깔려 숨졌다. 에스포지토의 이모는 "조카가 평소에는 기숙사에서 자지 않는데 그날은 여자친구와 함께 보내기 위해 일부러 기숙사를 찾았다가 변을 당했다"고 오열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에스포지토 커플은 결혼하기로 결심하고 이 달 안젤라 부모가 사는 남부 이탈리아로 여행을 떠날 예정이었다.
엘레오노라 칼레시니(20)는 6일 강진이 내습할 때 5층 아파트에서 책을 읽고 있다가 매몰됐다. 아파트는 7일 저녁 여진으로 폐허가 되다시피했다. 하지만 무너진 콘크리트 기둥 사이에 다행히 좁은 공간이 있었다. 칼레시니는 한 쪽 다리가 콘크리트 기둥에 깔렸지만 이 공간에 의지해 견디고 있었다.
칼레시니의 부친은 강진 소식을 듣고 곧장 현장으로 달려갔지만 칼레시니를 보지 못했다는 구조 대원들의 절망적인 말만 들었다. 희망을 버리려는 순간 한 소방대원이 건물더미에 귀를 대더니 소리를 질렀다. "살아있어요." 이후는 시간과의 싸움이었다. 지진 발생 후 한참이 지났기 때문에 구조가 지연되면 생존을 장담할 수 없었다. 칼레시니는 지진 발생 42시간만인 7일 밤 10시께 구조됐다.
98세의 두 할머니도 구조됐다. 1910년대 강진에도 살아 남았던 이네스 달레산드로 할머니는 무너진 건물 틈으로 내린 빗물에 의지해 견뎌냈고, 30시간 만에 구출된 마리아 단투오모 할머니는 "뜨개질을 하면서 구조팀을 기다렸다"고 말했다.
한편 외신들은 라퀼라 지진으로 최소 250여명이 숨졌으며 잇따른 여진으로 구조작업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강철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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