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차 리스트 수사와 관련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백은 4ㆍ29재보선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이번 사태는 민주당에 악재고, 반대로 한나라당엔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게 일반적 관측이다. 물론 향후 전개 양상에 따라 상황이 변화할 가능성은 있다.
민주당은 재보선 가도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점을 스스로 인정하고 있다.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의 공천 내홍에 노 전 대통령의 폭탄 고백까지 겹쳐 숨이 턱에 차오를 지경이 됐다. 민주당으로선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재보선 악영향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우선 참여정부의 도덕성이 크게 훼손됨으로써 민주당이 유권자들의 표심을 사는 데 지장을 있을 수밖에 없다. 배신감을 느낀 민주당 지지자들의 결집력이 약화할 가능성도 있다.
민주당이 차제에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선긋기를 시도하는 것도 이런 점을 우려해서다. 당에 남아 있는 노 전 대통령의 그림자를 최대한 빨리 털어버려 선거에 미칠 파장을 최소화하겠다는 의도다. 송영길 최고위원이 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불행한 일이지만 노 전 대통령이 돈을 받은 경위와 그 성격에 대해 진위를 밝혀야 한다. 노 전 대통령의 정중한 사과가 필요하며 살아 있는 권력이든 죽어 있는 권력이든 성역 없는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 것은 이런 맥락이다.
더 큰 문제는 민주당이 애초 재보선 구도로 잡았던 '이명박 정부 중간 심판론'이 희석될 가능성이 많아졌다는 데 있다. 민주당은 "이번 재보선은 경제 무능, 특권세력을 심판하는 선거"라고 현 정권 심판론을 강력히 내세우며 재보선을 풀어갈 요량이었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이명박 정부 심판론은 묻히고 오히려 참여정부 재평가 양상이 부각되게 생겼다.
한나라당으로선 자연스럽게 반사 이익을 얻게 됐다. 적극적 호재는 아니라 할지라도 민주당의 악재는 한나라당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한나라당 지지층의 표 결집력이 상대적으로 강화할 개연성도 있다. 한나라당이 "참여정부가 강조해 온 도덕적 우월성 운운이 가식이라 게 드러났다"는 등 노무현 정부를 공격하며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는 것에는 이런 의도도 들어 있다.
그렇다고 여당에 무작정 유리하다고만 볼 수는 없다. 민주당이 이번 사건을 '야당 탄압'으로 줄기차게 몰고 갈 텐데 이 주장이 먹힌다면 역풍의 우려도 있다. 특히 검찰 수사 과정에서 박연차 리스트와 관련된 여권 인사가 추가로 불거져 나온다면 상황이 변할 수도 있다. 한나라당이 대놓고 선거에 호재라고 말하지 않는 것도 이런 분위기가 반영된 것이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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