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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셰어링 세대' 족쇄 어떡하나/ 기존 직원 임금은 그대로…대졸 초임만 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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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셰어링 세대' 족쇄 어떡하나/ 기존 직원 임금은 그대로…대졸 초임만 깎아

입력
2009.02.19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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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주택금융공사의 대졸 신입직원 초임은 연 3,800만원 수준이다. 그런데 최근 사 측이 일자리 나누기(잡 셰어링) 차원에서 대졸 초임을 30% 삭감한다는 방침을 정해 앞으로 1,000만원 이상 줄게 됐다.

문제는 향후 기존 직원과 신입 직원과의 임금 격차를 어떻게 해소하느냐는 점이다. 기존ㆍ신입 직원 간 별도의 임금 테이블을 운영하자니 양 세대 간 엄청난 갈등이 예상되고, 격차를 줄이자면 기존 직원들의 희생이 뒤따라야 한다.

공사 관계자는 "일단 손 쉬운 방식으로 대졸 초임을 깎겠다는 방안은 세웠는데, 이것이 앞으로 신ㆍ구 세대 간 상당한 갈등과 마찰의 소지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16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기존 직원들의 임금은 그대로 둔 채 대졸 초임을 줄여 일자리 나누기에 동참하는 공공기관이 늘면서, 기형적 임금 구조에 따른 신ㆍ구 직원 간 갈등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단 벌어진 두 세대 간 임금 격차는 상당 기간 좁히기 힘들어져, 대졸 초임 삭감이 결국 '잡셰어링 세대'의 족쇄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정부가 내심 원하는 방안은 기존 직원들이 고통 분담에 동참해 주는 것이지만, 노조의 저항을 감안할 때 현실성이 떨어진다. 정부 고위 관계자도 "공공기관 노사가 자율적으로 기존 직원들의 임금을 삭감해주길 기대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공공기관들은 신입 직원 입사 후 3~5년간 단계적으로 임금을 정상화하는 방안을 현실적 대안으로 내놓는다. 예를 들어 임금 삭감폭이 30%라면, 매년 10%포인트씩 3년간 단계적으로 복원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 방식으로는 신규 채용으로 이어지진 않고 초임 삭감만 낳을 개연성이 크다. 한 공공기관 노조 관계자는 "불과 3~5년 뒤에 인건비가 대폭 늘어난다면 어느 기업이 신규 채용을 늘릴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정부 관계자도 "초임만 삭감한 뒤 곧 바로 정상 임금으로 복원하는 방안은 아무런 효과도 없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못박았다.

이에 따라 '편법 삭감'에 나서는 공공기관도 나오고 있다. 자산관리공사(캠코)의 경우 당장 올해는 수습직원으로 채용해 임금을 30% 감면하고 1년 뒤 정규직으로 채용하겠다는 것. 캠코 관계자는 "내년에 수습직원의 정직원 전환 때 임금 삭감 여부를 두고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법을 미룬 채 '잡셰어링 세대'라는 꼬리표가 평생 쫓아다니도록 한다면, 향후 두 세대 간 마찰과 갈등은 더욱 극심해질 수밖에 없다.

최영기 노동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은 "두 개의 임금 테이블을 운용하는 것은 근로기준법의 차별금지에 해당될 수도 있는 등 여러 부작용이 있다"며 "일단 손 쉬운 대졸 초임부터 낮추고 보자는 근시안적 해법에서 벗어나 고용 친화적인 임금 체계가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영태 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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