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된 변호사시험법안을 두고 한나라당이 골치가 아프다. 여당의 미숙함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과정상의 문제도 그렇거니와 정작 더 큰 고민은 내용을 어떻게 바꿔야 할지에 있다. 벌써 당내에서는 논란이 많다.
한나라당은 정부와 협의를 거쳐 4월 임시국회 때 법안을 다시 만들어 제출할 계획이다. 초점은 로스쿨 출신에 한해서만 변호사시험 응시자격을 준 것, 로스쿨 졸업 후 5년 내 3회까지만 시험에 응시할 수 있도록 응시기간 및 횟수를 제한한 것 등 두 사안으로 모아진다.
12일 본회의에서 한나라당 의원 78명이 반대 또는 기권해 법안이 부결된 주요 이유가 바로 이 조항 때문이었다. 상당수 의원들이 과도한 진입장벽이라는 거부감을 가진 것이다.
한나라당은 이 조항들을 어떻게 바꿀지 결정하지는 못했다. 지도부 내에서도 이견이 나올 정도다. 하지만 법안 통과를 위해선 일정부분 수정이 불가피하다.
가장 큰 쟁점인 응시자격과 관련해서는 로스쿨 졸업자가 아닌 사람들에게도 어떤 형태로든 기회를 주자는 의견이 많다. 홍준표 원내대표15일 전화통화에서 "로스쿨을 안 나오고 독학한 사람이 시험을 칠 수 없는 구조는 일부 시정이 필요하다"며 "선발 인원의 최소 10% 정도는 독학한 사람들에 기회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홍 원내대표가 사견임을 전제했지만 당내에는 이런 의견이 상당수다. 로스쿨 학비가 상당히 비싼 점을 감안하면 "돈 없는 사람은 변호사도 못하느냐"는 지적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주무인 장윤석 제1정조위원장은 "로스쿨을 나오지 않은 사람에게도 응시 기회를 주자는 것은 로스쿨의 취지와 맞지 않다"고 했다. 장 위원장은 "로스쿨을 만들어 놓고 누구나 시험보라는 것은 사시의 재탕과 다름 없다"며 "독학자들에게 문호를 개방하는 문제는 로스쿨 입학시험 과정에서 흡수하면 된다"고 말했다.
5년 내 3회로 응시횟수를 제한한 것과 관련해서는 인력낭비 방지 차원에서 그대로 두자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진입장벽이라는 견해가 있는 만큼 응시기간만 제한하고 횟수는 제한하지 않는 방안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장 위원장은 "정답은 없지만 5년 내 3회가 과도하다면 '횟수와 상관 없이 5년 이내까지 응시할 수 있다'는 정도로 완화하는 방안은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으로 볼 때 당정협의, 국회 법사위 논의 등을 거쳐 변호사시험법 최종안이 마련되기까지 진통이 불가피해 보인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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