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후 서울 삼청동 감사원에 정부 부처, 공공기관, 시ㆍ도 예산 담당자 70여명이 집합했다. 감사원 주관으로 열리는 '재정 조기집행 책임자 회의' 때문이었다. 이날 회의에서는 감사원,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 담당 국장들이 나와 재정 조기집행 계획을 설명했다.
하지만 일선 부처에서는 볼멘 소리도 나온다. "이미 11일 정부의 재정 조기집행을 총괄하는 기재부 차관 주재로 특별 점검회의까지 했는데 감사원이 또 회의를 할 필요가 있느냐"(A부 예산 담당자)는 것이다.
'집행 실적이 극히 부진한 기관은 7월에 집중 감사를 실시해 엄중한 책임을 묻겠다'는 9일 감사원 발표도 과한 측면이 있다. 일선 부처 관계자는 "그렇지 않아도 각 부처별 재정 집행 순위를 1위부터 꼴찌까지 따져 스트레스를 주는 상황이다. 부처별로 사정이 다른데 감사원이 돈을 빨리 안 쓰는지 감사까지 하겠다니…"라며 혀를 찼다.
지난해 국민들의 공분을 샀던 쌀 직불금 감사 투입 인원은 23명. 이번 감사 투입 연인원은 200여명이다. 이번 감사에 대한 감사원의 지극정성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물론 감사원의 뜻은 이해되는 부분도 있다. 경제난국 극복을 위해 정부가 재정 조기집행에 총력을 기울이는 마당에 감사원도 뭔가 일하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감사의 주요 목표도 불필요한 예산 낭비 방지라고 본다.
그러나 전후 상황을 보면 이명박 대통령의 재정 집행 속도전 지침을 수행하기 위해 감사원이 안달이 났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안 그래도 '코드를 뽑은 자리에 다른 보은성 코드 인사'를 해서 뒷말이 나왔던 감사원이다. 감사원의 지나친 대통령 바라보기는 직무독립성, 정치적 중립성 논란을 불러올 수도 있다.
정상원 정치부 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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