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아이오와대학의 세계 작가 초청 프로그램인 국제창작프로그램센터 원장이자 황지우, 나희덕씨 등 한국 시인들의 영역시집 공역자이기도 한 크리스토퍼 메릴(50) 교수가 한국을 찾았다.
그는 20일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자신의 책 <숨은 신을 찾아서> (민음사 발행) 한국어판 출간을 계기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숨은>
메릴 교수는 한국 시의 세계화 가능성에 대해 높은 평가를 내렸다. 그는 황지우 시인에 대해 "이미지에서 이미지로 옮겨가는 사고의 전환이 놀랍다"며 "좋은 번역을 통해 그의 시가 좀 더 널리 읽힌다면 그는 미국 젊은이들에게 '삶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알려줄 수 있는 시인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호평했다.
그는 또 한국문학의 세계화와 관련, 최근 중국 문학이 하워드 골드브래트라는 출중한 번역가 덕에 미국에서 널리 읽히고 있는 사례를 들며 "영어를 모국어로 하는 사람 중 문학적 능력이 있는 사람을 찾아 한국문학의 번역가로 양성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메릴 교수의 책 <숨은 신을 찾아서> 는 그리스정교회의 성산(聖山)인 아토스산 순례여행기다. 그는 "이 책은 위기에 관한 책"이라며 "위기는 해결될 수도, 해결되지 않을 수도 있다. 숨은>
영적 위기에 대한 여행을 즐기시기를 바란다"고 소개했다. 아토스산은 그리스 북부 아크티 반도에 위치한 해발 2,033미터의 산. 2,500여명의 수사들이 러시아, 그리스, 구 유고연방 등의 그리스정교회에서 설립한 수도원과 암자 등에서 수행하고 있는 지역이다.
메릴 교수는 이곳을 1998, 99년에 걸쳐 세 차례 순례했다. 1990년대 보스니아전쟁 등에 종군기자로 참가한 뒤 전쟁의 참상을 겪으며 정신적 공허감에 시달리던 때였다.
"저널리스트로서가 아니라 시인으로 살고 싶었지만 시적 상상력은 바닥났고, 결혼생활은 파탄 위기에 처했으며 셋째 아이도 태어나는 등 여러 가지 위기에 처해 있었다"고 당시를 회고한 메릴 교수는 "그곳에서의 순례는 지상에서의 삶이 어떤 것인가를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20여개의 수도원을 순례하며 동굴에서 수행하는 수사들, 안일함과 성적인 유혹을 피하기 위해 일부러 몸을 반만 씻는 수사들을 목격한 뒤 메릴 교수는 정신적 구원을 얻어가는 과정을 책에서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
이왕구 기자 fab4@hk.co.kr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