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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화천 산천어 펄쩍펄쩍 주민 정성이 '월척 떡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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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화천 산천어 펄쩍펄쩍 주민 정성이 '월척 떡밥'

입력
2009.01.21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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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막하던 화천이 겨울만 되면 관광객들로 북적여 사람 사는 곳 같아요."

19일 오후 강원 화천군 화천읍을 관통하는 화천천에 조성된 '2009 얼음나라 화천 산천어 축제' 행사장. 청소 자원봉사를 나온 읍내 주민 황경근(47)씨는 평일에도 빙판 가득 산천어 낚시에 여념 없는 사람들을 보며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아닌 게 아니라 가평과 춘천을 지나는 5번 국도의 화천군 진입로는 평소의 한적함과 달리 차량 행렬이 길게 이어졌다.

올해 7회째를 맞은 산천어 축제엔 개막일인 지난 10일과 11일 이틀간 20만명이, 두 번째 주말인 17, 18일엔 28만명이 몰려들었다. 축제 열흘째인 이날 찾아온 3만5,000명을 합치면 총 방문객 75만7,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방문객 수(50만 명)를 훨씬 상회했다.

이날 지역 직능 대표로 구성된 축제 집행위원회는 주민들의 청원을 받아들여 축제 기간을 2월 1일까지로 닷새 연장했다.

종합안내센터엔 축제의 성황을 확인하러 온 취재진으로 북적거렸다. 벤치마킹을 위해 찾아온 타 지역 공무원들도 눈에 띄었다.

안규정 화천군청 축제홍보팀장은 "인근 춘천시에서 10차례 450명이 방문했고, 인천 울산 등 대도시 공무원들도 참관했다"며 "대만, 말레이시아 등 외신에서도 축제장을 찾아와 관심 있게 취재했다"고 전했다.

길이 1,700m, 폭 100m의 거대한 빙판으로 변한 화천천엔 올해 1만2,000여개의 낚싯구멍이 뚫렸다. 축제의 주객인 가족 단위 방문객이 사전 예약 후 사용할 수 있는 가족 낚시터를 3,000개 늘렸다.

부인, 두 자녀와 온 김병구(40ㆍ경기 의정부시)씨는 "불친절이나 바가지 요금 같은 게 없어서 좋다"며 "낚시터 옆에 눈썰매장도 있어서 아이들이 좋아한다"고 말했다.

김관태(57ㆍ경기 수원)씨는 "얼음 낚시를 즐기는데 산천어를 잡는 것은 처음"이라며 "몸길이가 30㎝쯤 돼서 손맛도 좋고, 못잡은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재미도 쏠쏠하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화천 주민 2만4,000명에게 산천어 축제는 특별하다. 파로호 오염으로 낚싯꾼들이 발길을 끊으면서 위기를 맞은 지역 경제가 이 축제를 통해 기사회생 했기 때문이다.

130만 명을 유치한 지난해, 행사장 내 매출액만 14억1,300만 원이었고, 군 전체는 45억8,000만 원의 경제효과를 거뒀다. 올해는 국가적 불황을 뚫고 사상 최대 방문객과 수입을 기록할 것이 확실시된다.

그런 만큼 축제를 성공적으로 치르려는 주민들의 의욕과 참여는 대단하다. 11개 지역 사회단체 회원들은 축제 기간 내내 행사 진행, 사고 예방, 청소 등 자원봉사를 도맡는다. 어르신들은 매년 행사장 주변 밤거리를 밝히는 산천어 모양의 등(燈) 1,000여개를 만든다.

5년째 등 제작에 참여했다는 이상익(80)씨는 "화천에서 하는 일이니까 당연히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며 즐겁게 만든다"고 말했다. 일당을 지불하는 일자리도 많이 생겨 농한기 주민들은 흐뭇하다.

식당, 숙박시설 등을 운영하며 축제 특수를 직접 누리는 주민들은 '한철 장사'의 유혹을 경계한다. 문흥식 집행위원은 "축제 초기엔 바가지 요금 등에 대한 민원이 생겼던 게 사실"이라며 "관광객이 다시 찾는 축제가 되도록 상인들 간에 자율적 감시 활동을 철저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갑철 군수를 비롯한 화천군 공무원들도 헌신적 자세로 주민들의 열망에 부응하고 있다.

지역 행사를 제 일처럼 여기는 민관의 노력 덕에 산천어 축제는 재방문객 비율이 46%에 이를 만큼 만족도 높은 행사로 자리매김했다. 간만에 찾아온 맹추위는 올해 축제에 순풍 노릇을 하고 있다.

행사장 경비를 담당하는 화천경찰서 신재황 경비계장은 "얼음이 두께 34㎝로 안전기준(25㎝)보다 두껍고 단단하게 조성돼 미끄럼 등 안전사고가 눈에 띄게 줄었다"고 말했다.

방문객들의 불만이 없는 건 아니다. "당일 코스로 오긴 좋은데, 숙박시설이나 주변 볼거리가 부족해 묵고 갈 기분은 안든다" "산천어를 좀더 많이 풀어서 기분 좋게 낚시 하고 갈 수 있으면 좋겠다"는 등의 요구가 귀에 들어왔다.

어효선 축제조직위원회 기획팀장은 "관광객들의 불만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부족한 점을 지속적으로 보완해 실적보다는 내실을 갖춘 축제가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화천=이훈성 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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