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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 기름유출사고 1년/ 태안, 동심에 비친 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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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 기름유출사고 1년/ 태안, 동심에 비친 1년

입력
2008.12.01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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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전 글짓기 수업이 시작된 충남 태안군 소원면 모항초등학교 6학년 교실. 담임교사 김선(27)씨가 태안 기름유출 사고 1주년을 맞아 칠판에 ‘바다야! 사랑해!’라는 주제어를 썼다. 한 시간 전 실습시간에 떡볶이를 만드느라 왁자지껄했던 교실 분위기는 어느 새 숙연해졌다. 학생들은 고개를 숙인 채 한참 동안 생각에 잠기더니 또박또박 백지를 메워갔다.

모항초교는 지난해 사고 직후 환경수업 때 어린이들이 쓴 시와 편지, 그림일기 등을 모아 2월 초 ‘미안해 바다야!’라는 문집을 냈다. ‘바다에게 미안하다’ ‘검은 바다’‘술 마시는 날이 많아진 아빠’…. 마냥 철부지 같던 아이들의 글에는 기름범벅 된 바다, 바다에 기대어 사는 아빠 엄마의 깊은 시름을 지켜보는 슬픔이 고스란히 배어 있었다.

1년 뒤, 아이들의 글은 그들의 표정처럼 밝았다. 웃음을 되찾은 부모님과 깨끗해진 바다 이야기, 바다 살리기에 힘을 보탰던 자원봉사자들에게 전하는 고마움 등이 가득했다. 6학년 이예은 양은 “우리의 희망인 바다가 어딘가에 갔다가 다시 돌아왔어요. 그 희망은 자원봉사자 분들의 손길로 인해 전해진 것 같아요”라고 제법 어른스럽게 말했다.

같은 시각, 2학년 교실에서는 그림 그리기가 한창이었다. 검은 바다는 어느새 푸르름을 되찾았다. 고깃배에 오른 아빠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하다. 배마다 생선이 넘치고 그물은 찢어질 듯 불룩하다. 하늘엔 갈매기가 날고, 해수욕장은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김동찬 군은 “바다가 깨끗해 진 뒤 아빠가 술 마시는 날이 줄어 기분이 좋다”고 했다. 김진원군은 “매일 해변에 나가 기름을 걷어내느라 힘든 엄마를 돕고 싶었는데 너무 어려 일을 할 수 없다고 해서 슬펐다”고 말했다. 문향숙 교사는 “아이들이 어린 나이에 악몽을 겪으면서 부모님을 위하는 마음이나 자연에 대한 생각 등이 깊어지고 행동도 부쩍 어른스러워졌다”고 말했다.

모항초교는 기름유출 사고의 교훈을 잊지 않도록 환경수업을 꾸준히 해왔다. 영어수업도 사고 내용을 재구성해 교재로 활용하고 있다. 학교측은 이날 아이들이 짓고 그린 작품들을 모아 또 한 권의 문집을 엮어낼 계획이다.

태안=이준호 기자 junh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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