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면서 의혹 또한 갈수록 커지는 양상이다. 수백억 원대 탈세 혐의는 박 회장 본인이 인정했고,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주식매매 의혹도 그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다.
박 회장과 농협의 위험한 거래
국세청은 세무조사 과정에서 박 회장이 2006년 초 차명계좌를 통해 정대근 전 농협 회장에게 20억원을 건넨 정황을 잡아 검찰에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태광실업이 주축이 된 컨소시엄은 2006년 6월 농협의 자회사 휴켐스를 1,455억원에 인수했는데, 애초 제시한 값보다 322억원 적은 금액에 더 높은 값을 제시한 업체들을 제치고 계약에 성공했다.
박 회장과 정 전 회장의 커넥션은 2005년에도 가동된 의혹이 짙다. 정 전 회장은 2005년 6월 노건평씨의 청탁을 받고 세종증권을 인수하기로 결심했는데, 그 직후 박 회장이 세종증권 주식을 본인 명의와 차명을 동원해 197만주나 사들였다. 정 전 회장이 매각에 대한 미공개 정보를 알려줬을 것이라는 의심이 강하게 드는 대목이다.
박 회장은 2005년 12월 세종증권 주식을 팔아 178억원의 차익을 챙겼고, 정 전 회장에게 20억원을 건넨 시점은 그 직후다. 이어 몇 달 뒤에는 농협이 휴켐스를 싼 값에 박 회장에게 넘겨준다. 2006년 3~7월 증권선물거래소가 박 회장의 미공개정보 이용 혐의에 대해 조사에 착수했다가 무혐의 처리한 배경에도 박 회장과 정 전 회장의 역할이 있었을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은 이처럼 박 회장과 정 전 회장의 '거래'가 장기간 지속된 점으로 볼 때, 박 회장이 정 전 회장에게 건넨 돈이 20억원 외에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이 부분을 집중 조사하고 있다.
추가 범죄 나올 가능성 커
검찰은 태광실업이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고 선을 긋고 있다. 2002~2005년 박 회장이 홍콩 법인에서 개인 배당금으로 600억원을 받았지만, 법인 소유의 돈이 아니기 때문에 비자금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600억원 배당금에 대한 개인소득세를 탈루한 혐의는 인정되지만 국내로 유입된 흔적이 발견되지 않아 로비자금으로 쓰였을 가능성도 낮다고 설명했다. 최재경 대검 수사기획관은 "태광실업에 대한 수사는 로비가 아니라 탈세와 미공개 정보이용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박 회장이 관리해온 개인 자산과 회사자금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추가 비리가 포착될 가능성이 높고, 이 경우 검찰의 수사는 확대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박 회장과 친분이 있는 참여정부 인사들의 비위 사실이 드러날 수 있어 검찰의 행보에 눈과 귀가 쏠리고 있다.
노 측근 표적조사 논란도
국세청이 지난 7월부터 정기 세무조사 형태를 가장해 태광실업에 대해 대대적인 표적 조사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국세청의 자료를 넘겨받아 본격 수사에 착수한 검찰도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다. 임채진 검찰총장은 이날 태광실업 압수수색에 나선 검찰 수사관들에게 최소한의 범위에서 자료를 가져오고, 영업활동에 지장을 주지 말라고 두 차례에 걸쳐 지시했다.
최재경 수사기획관은 "전 정권에 대한 표적사정이라는 시각은 인정할 수 없다"며 "우리(검찰)가 경제를 살리는 기관도 아니고, 우리는 원래 이런 일을 하는 기관이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기업과 경제상황을 고려해 기업에 부담을 덜 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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