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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여성시대와 함께하는 우리 이웃 이야기] 첫째 딸 예의 바르게 키우려니 소심한 아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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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여성시대와 함께하는 우리 이웃 이야기] 첫째 딸 예의 바르게 키우려니 소심한 아이로

입력
2008.12.01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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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으악! 엄마~~!!"

우리집에선 비명소리가 끊이질 않습니다. 21개월 된 둘째 딸아이가 눈만 떴다 하면 일곱 살 제 언니 머리채를 사정없이 잡아당기기 때문이지요. "하지마! 언니 아프잖아. 떽!"하고 떼어 놓으면 바로 둘째의 곡소리가 이어집니다. 그러면 또 달래야 합니다. "오야, 오야." 달래지 않으면 한시간이건 두시간이건 끝나지 않을 울음인걸 알기 때문입니다.

저는 첫 아이 낳기 전부터 '절대로 버릇없는 아이로는 키우지 말아야지' 하고 다짐했습니다. 그리고 변함없는 그 생각으로 아이를 키웠습니다. 그래서인지 첫 애가 돌이 지나면서부터 사람들은 하나같이 ""애가 참 어른스럽고 점잖다"는 말을 했고 저는 그 말을 잘 키웠다는 말로 받아들였습니다.

애가 말귀를 알아들으면서부터는 공중도덕에 어긋나는 일은 절대로 용납하지 않았습니다. 사람들 많은 식당에서 뛰어다니거나 맘대로 돌아다니는 일도 없었으며 아무데서나 소리지르고 울며 떼쓰는 일도 없었습니다. 절대로 그렇게 하도록 내버려두지 않고 엄하게 키웠습니다. 다른 아이들은 때리거나 괴롭히는 일도 없도록 키웠습니다. 그게 아이를 위하는 일이라고 생각했으니까요. 버릇없는 아이를 누가 예뻐할까 생각했으니까요. 그렇게 흔들림 없이 아이를 키웠죠.

생각대로 아이는 차분하고 예의 바른 아이가 되어갔지만,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제가 의도했던 방향과 어긋나는 행동을 보이기 시작하더군요. 네 살 무렵 아이를 데리고 목욕탕에 갔습니다. 아이는 때를 미는 제 옆에 앉아 가져간 인형을 물에 담궜다 뺐다하며 조용히 놀고 있었지요. 그때 한 세 살 정도로 되어보이는 여자아이가 다가오더니 아이의 인형을 확 낚아채가는 겁니다. 그런데 아이는 아무런 반항도 저항도 없이 그냥 고개를 푹 숙이고만 있는 겁니다. "저 애가 네 인형 뺐어 갔잖아. 왜 아무 말도 못해? 왜 '내 꺼야. 안돼!' 이런 말도 못해? 빨리 가서 달라고 그래!" 그래도 아이는 자리에서 엉덩이를 떼지 못하더군요.

"저 인형 네가 제일 좋아하는 거잖아. 그냥 줄 꺼야?" 아이는 그 쪽을 바라보는가 싶더니 다시 고개를 돌리곤 눈물만 글썽이더군요. 아이구, 속 터져…. 그때 비로소 알았습니다. 아이를 반듯하게 키운다고 한 것이 아이를 너무 잡은 게 됐구나. "안돼. 그렇게 하면 못써, 떽!"하고 수시로 너무 주의를 주고 행동을 제한하다 보니 아이가 너무 기가 죽어 이젠 자기표현도 잘 못하는구나 싶었습니다.

한번은 놀이터에서 가만히 서있는데 자기보다 어려보이는 남자아이가 우리 아이 쪽으로 다가오더니 이유없이 때리고 발로 차는 겁니다. 그런데 아이는 "왜 때리냐?"는 말 한마디를 못하고 그냥 맞고만 있는 겁니다. 아니, 엄마가 버젓이 옆에 있는데도 바보처럼 맞고만 있으니 제 속이 터지지 않겠습니까? 열불이 나서 "너 쟤가 괜히 발로 차는데 왜 가만 있어? 너 맞는 거 그렇게 좋아해?"했더니 우리 딸, 어렵게 입을 떼며 하는 말이 "내가 때리면 저 아이가 아플까 봐"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럼 하지말라는 소리라도 해야 할 것 아냐!" "그러면 쟤 엄마가 쳐다볼까 봐." "으이구, 으이구, 쳐다보면 어때서?" 결국 제가 폭발하고 말았습니다.

그 뒤로는 아이에게 자신감을 심어주려 노력을 했습니다. 웬만한 건 혼 내지 않고 칭찬과 격려를 아낌없이 해주었습니다. 행동제한도 가급적 하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한번 형성된 아이의 가치관과 성격은 쉽사리 고쳐지지 않더군요. 우리 아이는 그렇게 예의 바르고 자신보다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커서 사람들 보기엔 나무랄 데 없지만 너무 순하고.여려서 자기 주장조차 제대로 펼치지 못하는 소심한 아이로 자라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지난해 둘째가 태어난 것입니다. 너무나 물러터지고 순한 큰아이와 달리 둘째는 조금은 다르게 키우고 싶었습니다. 차라리 맞고 오는 것보다 때리고 오는 것이, 뺏기고 오는 것보다는 뺏는 것이, 또 지고 오는 것보다는 이기도 오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거지요. 그래서 웬만하면 행동을 제지하고 않고 내버려두었습니다. 먹으라고 까준 고구마로 스케치북에 그림을 그려도, 비디오 테이프 넣는 곳에다 과자를 가득 쑤셔넣어도, 과일 먹으라고 준 포크로 머리를 빗어도 그냥 내버려두었지요.

그렇게 키우다 보니 이 아이는 또 얼마나 자기 중심적인지 모릅니다. 또래 아기들하고 모이면 온통 다 뺐고 때리고…. 오죽하면 벌써부터 아이 별명이 '전주여깡' '놀부마누라'겠어요. 게다가 다섯 살이나 터울 진 제 언니를 얼마나 못살게 구는지 모릅니다. 눈만 떴다 하면 언니 머리채를 야무지게도 잡고 돌려댑니다. 얼마나 샘이 많은지 언니가 엄마아빠와 이야기하는 꼴도 못 봅니다. 그 통에 첫째는 하루종일 머리채를 동생에게 내어준 채 울기만 하느라 눈물 마를 날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동생을 때릴줄도 모릅니다. 그러면 동생이 불쌍하다나요? 에휴~.

둘째 이놈 정말 안되겠다 싶어서 한번 무섭게 혼을 내줬더니 자그마치 두시간 동안이나 울다가 지쳐서 잠이 들더군요. 그리곤 그날 밤 자다가 혼자 깨더군요. 자기 분을 이기지 못하는 것이지요. 아이쿠, 얘 혼내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번 무섭게 혼냈다고 자다가 경기까지 할 정도니. 그래서 답을 못 찾고 있습니다. 그러니 오늘도 우리집은 비명소리가 끊이질 않습니다. 언니 머리채 잡아 다니는 둘째,

덩치는 산만하면서 두 살 먹은 동생에게 머리 잡혀 눈물만 찔찔 흘리는 큰 아이…. 이 두 아이를 어쩌면 좋겠습니까?

큰아이를 키우며 시행착오를 겪고, 둘째 아이를 키우면서도 또 답을 못 찾고 있으니 정말 아이 키우는 데는 답이 없는가 봅니다. 어렵네요.

전북 전주시 완산구 삼천동1가 황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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