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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정치인 저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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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정치인 저자들

입력
2008.11.14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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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어느 대학 캠퍼스를 가도 어김없이 나부끼던 플래카드가 있었다. 바로 '이재옥 토플.' 이재옥 씨는 12대 국회에서 신한민주당 소속 의원(경북 상주)을 지냈고, 13대 선거 낙선 후 민자당 내 민주계 인사로 활동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도서 판매량으로 역대 국회의원 베스트셀러 저자 순위를 가늠한다면 <인간시장>의 김홍신 전 의원이 1위, <이재옥 토플>의 이재옥 전 의원이 2위, 이렇게 될 듯싶다.

그 아래로 인문사회과학 교양서를 여러 종 낸 유시민 전 의원, <여자의 남자>로 90년대 초 밀리언셀러를 기록한 김한길 전 의원, <일본은 없다>의 전여옥 의원 등이 유력하고 소설 <어둠의 자식들>과 <꼬방동네 사람들>의 이철용 전 의원이 다크호스가 될 것 같다.

또 한 명의 다크호스는 서울대 교수로 재직하다가 경제부총리를 지내고 정치인 생활도 했던 경제학자 조순 씨다. 그의 <경제학원론>은 1974년 처음 나온 이래 2003년 그의 제자 정운찬, 전성인 등과 3인 공저로 바뀌기까지 꾸준히 팔렸다. 조순 씨는 제1대 및 2대 한나라당 총재를 지냈고, 1998년 15대 국회의원(강릉 갑 보궐선거)으로 당선됐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역대 정치인들 가운데 최다작 정치인은 누구일까? 김대중 전 대통령일 가능성이 높다. <옥중서신>, <나의 길 나의 사상>, <3단계 통일방안>, <대중경제론> 등등 50여 권을 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울대 총학생회장을 지낸 김민석 전 의원은 1995년 전두환의 장남 전재국 씨가 경영하는 시공사에서 <뛰면서도 사랑할 시간은 많습니다:젊은 정치인 김민석, 전문 방송인 김자영 생활 에세이>를 냈다. 출간 당시 모 신문의 책 소개 기사는 '85년 전두환 퇴진투쟁을 벌인 주체와 객체가 한 다리 건너 10년 만의 화해를 시도했다는 색다른 의미를 지닌 책'이라 지적했다.

한편 C. 라이트 밀즈의 <사회학적 상상력> 번역자로도 유명한(강희경, 이해찬 옮김, 홍성사, 기린원, 돌베개) 전 국무총리 이해찬 씨는 80년대 사회과학 출판사들과 인연이 깊다. 대한민국 최초로 출판사 운영에 참여했던 경력을 지닌 총리였을 듯. 그는 2005년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한국관 개막행사에서 "출판인으로 계속 일했으면 성공하지 않았을까 한다"는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유시민 전 의원은 출판사 편집장으로 일한 적이 있다는데, 국제민주연대에서 발간하는 잡지 <사람이 사람에게>의 편집장으로 일한 경력을 뜻하는지도 모르겠다. 그가 역량 있는 저술가라는 건 틀림없다.

책 한 권 내보지 않은 정치인이 드물 것이다. 선거철만 되면 정치인들의 자서전, 회고록, 에세이집이 신문 광고면을 장식하지 않던가. 합법적으로 자신을 프로모션하기 위한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의 수단으로 책과 책 광고가 활용되는 셈이다. 자신의 정치철학과 소신 그리고 개인적, 인간적 면모를 알리고 싶다는데 굳이 말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정치인 저자들도 분명 급수가 있다. 선거 홍보 전략의 일환으로 책을 내고 광고를 하는 정치인과, 평소 꾸준히 공부한 결과를 바탕으로 책으로 내는 경우가 다른 것이다. 후자에 속하는 정치인들이 많이 나오고, 그들이 쓴 책이 진정한 의미의 베스트셀러가 되는 때야말로 우리 정치가 참으로 선진화될 때가 아니겠는가.

표정훈 출판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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