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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난 中企 1000곳 울린 사채조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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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난 中企 1000곳 울린 사채조직

입력
2008.10.14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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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영등포동에서 인테리어 업체를 운영하던 이모(56)씨는 지난해 5월 부도 위기에 몰렸다. 이씨는 다급한 마음에 '무담보 신용대출'이라는 말에 속아 강남 역삼동의 한 대부업체로부터 하루 이자율 1%에 어음을 담보로 1,000만원을 빌렸다.

하지만 한숨을 돌린 것도 잠시, 담보 어음 결제일이 닥쳐 대부업체로부터 '부도' 협박을 받자 또 급전을 찾았다. 때맞춰 역삼동의 다른 대부업체가 접근해왔고, 이씨는 앞뒤를 가릴 여유가 없었다.

이씨가 두 업체에서 빌린 돈은 모두 4,500만원이지만, 1년 새 2억여원으로 불어났다. 알고 보니 두 업체는 한 일본인 전주(錢主) 아래에 있는 같은 회사였다.

일본 야쿠자 돈으로 의심되는 자금으로 중소기업 1,000여곳을 대상으로 5년간 730억원을 불법대출 해 온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13일 선이자와 수수료를 포함해 최고 연 580%의 살인적인 고리로 불법 대부업을 한 혐의로 대부업체 대표 권모(34)씨를 구속하고, 직원 한모(28)씨 등 2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또 달아난 일본인 전주 이마이(39)씨를 추적하는 한편, 자금이 일본 야쿠자로부터 흘러들어왔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불법 대부업체는 '무담보 신용대출'이라는 달콤한 유혹으로 급전이 필요한 중소기업을 노렸다. 이들은 중소기업에 무차별적으로 팩스와 전화, 스팸메일을 보내거나 리서치 회사에서 설문조사를 하는 것처럼 속여 해당 기업의 재무상황을 알아냈다.

다음 단계로 해당 기업이 은행에 당좌 계좌를 개설하고 있는지 여부를 확인했다. 당좌가 개설돼 있으면 수표를 담보로 잡아 "안 갚으면 부도 내겠다"는 협박이 용이했기 때문. 또 수표를 담보로 잡고 있으면 추심을 금융기관에 떠넘길 수 있다는 치밀한 계산도 작용했다. 무담보 대출이 실은 어음을 미끼로 한 담보 대출이었던 셈이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서울 남대문시장에서 전자부품회사를 운영하던 홍모(50)씨는 980만원짜리 어음을 담보로 880만원을 빌렸다가 "빨리 돈을 갚지 않으면 담보로 잡은 어음을 돌려 망하게 하겠다"는 협박에 20일 만에 1,160만원을 갚을 수밖에 없었다.

이들은 같은 전주 아래 3개의 불법 대부업체를 운영한 것으로 드러났다. 급전을 쓴 중소기업이 사정이 어려워지면 다시 대부업체를 찾는다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중소기업의 대출정보를 공유함으로써 한 번 걸려든 업체를 두 번 세 번 먹잇감으로 활용한 것이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야 이들이 이름만 다를 뿐 같은 대부업체인 것을 알게 된 피해 중소기업 사장들은 "어떡해서든 부도만 막아보려는 마음에 돈을 빌렸는데 완전히 속았다. 정말 악랄한 수법에 걸렸다"며 혀를 찼다.

송태희 기자 bigsmil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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