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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계 배우 문 블러드굿 부산국제영화제 초청… 어머니와 고향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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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계 배우 문 블러드굿 부산국제영화제 초청… 어머니와 고향 방문

입력
2008.10.06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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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하고 처절하게 살았던 어린 소녀의 꿈은 오랜 세월이 흘러, 딸을 통해 실현됐다. 딸은 혼혈이라는 정체성 혼란을 넘어 할리우드 배우로 성장했고,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됐다. 모녀는 어머니의 추억과 슬픔이 서린 고향 부산 땅을 함께 밟았다. 3일 부산에서 만난 한국계 혼혈 배우 문 블러드굿(32)에게 부산영화제 참석은 그런 특별한 의미가 있었다.

"엄마의 눈으로만 보았던 부산이 이렇게 아름다운지 몰랐어요. 여기서 엄마를 지켜보니 더욱 설렙니다. 어리고 가난했던 한 소녀가 긴 세월이 지나 딸과 함께 고향에 돌아왔으니까요. 부산영화제 참석을 위해 우리 모녀가 귀국한 것은 미국으로 떠나던 당시 엄마의 꿈보다 더 큰 것을 이룬 것이라고, '무지개 너머 저편(over the rainbow)'에 도달한 것이라고 말했어요."

문 블러드굿은 치어리더, 댄서, 가수로 일하다 모델로 박탈돼 뒤늦게 연기생활을 시작했지만 TV드라마 '데이브레이크', 영화 '에이트 빌로우' 등에 이어 내년 5월 개봉하는 '터미네이터 4'로 할리우드 주류에 진입하고 있는 배우다. "영화에 내가 출연할 줄은 꿈도 꾸지 못했다"고 말하는 블러드굿이지만 다양한 경험은 그에게 든든한 연기 바탕이 돼주었다. '터미네이터 4'에서 그는 댄서로 쌓은 실력으로 액션 연기의 80%를 직접 소화했다. 블러드굿은 "러브 스토리와 터프한 액션을 함께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어머니 정상자씨는 미군과 결혼해 미국에서 살다가 이혼한 뒤 환경미화원, 기내식 납품 등 궂은 일을 다하면서도 "딸이 너무나 예뻐" 모델이나 댄서로 키우려 애썼다. 블러드굿에게 어머니는 늘 희생하는 존재였다. 블러드굿은 "열여덟살까지 엄마와 같은 침대에서 잤는데 엄마는 늘 새벽에 나가시고, 2~3가지 일을 하시면서 좋은 음식은 우리에게만 주었다"고 말했다.

지금은 한국과 미국의 문화를 모두 이해할 수 있는 혼혈이라는 점을 자랑스럽게 여기지만 블러드굿도 한때는 "100% 미국인도, 한국인도 아니라는 사실"에 혼란스러웠다. 그런 그에게 한국 영화는 정체성을 확립하는 통로가 됐다. 한류에 자부심을 느꼈고, '태극기 휘날리며' 같은 영화는 한국인의 삶을 이해하는데 더없는 교과서였다. "영화를 보고 딸이 전화했어요. 그 동안 섭섭한 게 있었다면 이해해 주고, 엄마도 형제들에게 잘 하라고…. 내가 전쟁 이야기를 그렇게 해줘도 모르더니 영화를 보고 절감했다나요." 어머니 정씨의 말이다.

"결혼해서 아이 낳고 북한 아이도 입양하고 싶다"는 블러드굿은 "상냥하고 가족적이고 엄마를 좋아해야 한다"고 남편감의 조건을 말했다. 가장 큰 조건은 마지막에 따라붙었다. "(사윗감 보는) 엄마 눈이 꽤 까다로워요." 어머니 정씨도 마무리 인사를 덧붙였다. "우리 딸 많이 사랑해 주세요."

부산=김희원 기자 hee@hk.co.kr사진=이성덕 기자 sd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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