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0억달러 규모의 구제금융법안이 우여곡절 끝에 3일 정식 발효됐으나 미 경제가 이를 계기로 곧바로 회복될 것으로 낙관하는 의견은 소수에 머무르고 있다.
구제금융법안의 효과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데다 미국의 경제 불황과 금융 위기의 골이 워낙 깊어 신뢰 회복에 이르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다.
주택 가격 안정에 도움 안돼
구제금융법안은 7,000억달러 중 먼저 2,500억달러를 사용해 금융기관의 부실 모기지 자산을 인수하고 예금보호 한도를 기존 10만달러에서 25만달러로 상향조정한다는 골자를 갖고 있다. 문제 해결의 출발점을 금융기관의 대출을 원활하게 하고 소비자의 지갑을 여는 것에서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미 경제 회복의 열쇠를 쥐고 있는 주택 가격이 안정돼야 금융권이 자금을 풀 것이라며 구제금융법안의 실효성에 의문을 나타내고 있다.
미국의 주택 시장은 전체 고용 시장의 8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미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AP통신은 “부동산 호경기 시절 우후죽순으로 건설된 신규 주택과 최근 압류된 집들이 아직도 주택 가격을 떨어뜨리고 있다”며 “구제금융법안은 미 경제 회복에 제한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뢰 회복 아직 멀어
경제 회복에는 시장의 신뢰 회복이 필수적이지만 미 경제가 대공황에 비견되는 위기를 맞고 있는 만큼 회복에 이르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손성원 캘리포니아주립대 교수는 “신용이란 믿음과 신뢰를 의미하는데 많은 이유들로 인해 그것들이 손상돼 있다”며 “미 정부가 7,000억달러를 퍼붓는 것 만으로는 시장에서 신용이 회복되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부가 부실 자산을 사들여 은행 재정상태를 개선시킨다 해도 대출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통과분야 소장을 지낸 빈센트 레인하트도 “구제금융법안이 일부 성과를 만들어내기 전까지 어느 누구도 위험성 높은 게임에 뛰어들지 않을 것”이라며 “재무부가 부실 자산을 매입하더라도 대부분의 은행은 효과를 눈으로 확인하기 전까지는 공적자금을 묶어 놓고 시장에 내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구제금융법안이 한계를 갖고 있는 만큼 금리 인하 등 강도 높은 조치가 병행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AFP통신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기준 금리를 0.75%포인트 더 인하할 가능성이 있다”며 “금리 인하와 더불어 정부의 경기 부양책 등 구제금융 효과를 보다 높일 수 있는 조치가 잇따라 발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민주 기자 m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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