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금융법안이 미국 상ㆍ하원을 통과했지만, 국내 금융시장의 ‘달러 가뭄’이 완전 해갈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고사(枯死)위기만 겨우 면하는 정도라고나 할까. 달러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빌려주기를 겁내는 ‘신뢰의 위기’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자금난 지속될 것”
지난달 중순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국내 은행권의 ‘달러난’은 최고조에 달했다. 장ㆍ단기차입은커녕, 사채 수준의 이자를 무릅쓴 하루짜리 달러 차입도 힘겨운 상황. 급기야 정부가 외환보유액에서 100억달러를 스와프시장에 풀고, 50억달러를 수출기업들에게 직접 뿌리겠다고 나섰지만 시장의 신뢰가 살아나지 않는 한, 이 정도는 ‘언 발에 오줌누기’수준이다.
실제 구제법안 통과 이후에도 은행권은 여전히 반신반의다. A은행 자금담당 부행장은 5일 “외화 자금시장의 변동성은 지속되겠지만 결국은 좋아지는 쪽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도 “법안 통과로 은행 파산에 대한 우려가 잦아들면 손에 쥔 개인자금이 다시 나와 단기자금 시장으로 흘러 들어올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B은행 자금담당 부행장 “어려운 고비는 넘겼지만 달러 유동성의 주요 공급처인 미국과 유럽의 주요 은행들이 모두 어렵기 때문에 정부의 긴급 수혈을 받는다 해도 시중에 금방 풀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금융연구원 이윤석 연구위원은 이날 “정부가 100억달러를 푼다 해도 만기시 다시 회수되면 시장에 미치는 효과가 장기간 지속되기는 힘들 것”이라며 “경상수지 적자가 단기간에 해소될 가능성도 높지 않고 자본수지도 외국인 주식순매도세 등에 비춰 유출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여 주요 선진국 금융기관들의 실적악화, 추가 부실 금융기관의 출현 등이 현실화될 경우 이에 따른 파급효과는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은행들, 이미 달러 쌓기 나서
국내 은행들은 이미 ‘장기전’을 대비 중이다. 꽉 막힌 달러조달창구가 단시일 내에 다시 열리기는 힘들 것으로 보고, 달러 대출은 최대한 줄이고 한 푼이라도 더 쌓기에 나선 것이다.
지난해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중장기 해외차입이 어려워진 은행들은 신규 외화대출을 사실상 중단했고 만기 연장도 미리 약속한 대출 이외에는 해주지 않고 있다. 국민은행의 외화대출 잔액은 작년 말 43억2,500만 달러에서 9월말 현재 43억800만달러로 오히려 감소했다.
1년 미만 단기차입 달러로 운용하던 수출환어음 매입이나 선물환 거래도 극도로 위축됐다. 외환은행은 기존 300만달러 이상일 때 본점과 사전 협의하던 수출환어음 매입 기준을 최근 100만달러까지 낮췄다.
대신 들어오는 달러는 높은 이자를 주고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국민은행은 7일~1개월짜리 외화정기예금 금리를 9월 중순 2% 미만에서 최근 4.88%까지 올렸고 우리은행도 7일 이상 외화 정기예금 금리를 9월 초 1.9%에서 이달 초 3.5%로 높였다.
은행으로부터 자금공급이 원활치 못한 이상 기업들도 달러비축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상당수 재벌 그룹들이 계열사에 대해 “무조건 달러를 비축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