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했던 미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패한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이 전당대회에서의‘표대결 불사’를 시사하는 발언을 하는 등 반기를 들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전당대회에서 공식 지명만 남겨두고 있는 대선 후보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을 불안하게 하는 힐러리의 심술이다. 25일부터 4일 동안 계속되는 전당대회에서 양측 지지자들의 충돌을 우려한 오바마 의원측은 힐러리 의원의 남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에게 사흘째인 27일 연설할 기회를 주는 등‘힐러리 달래기’에 나서고 있다.
힐러리 의원의 몽니는 그가 최근 인터넷 홈페이지에 띄운 메시지 및 지지자들과의 대화 과정에서 “경선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의 목소리가 후보 지명 전당대회에서 그대로 표출돼 모두가 경청할 수 있어야 우리가 더 강해질 수 있다”고 말한 데서 감지됐다.
힐러리 의원이 승산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전당대회에서 자신의 지지자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표대결을 시도할 수도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도 들렸기 때문이다. 힐러리 의원은 “지지자들이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도록 모두가 얘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힐러리 의원 진영의 불만 기류는 클린턴 전 대통령이 5일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되는 데 필요한 오바마 의원의 자질을 의심하는 듯한 발언을 함으로써 더욱 증폭됐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이 인터뷰에서 오바마 의원이 대통령 자격이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누구도 대통령 준비가 돼 있다고 할 수는 없다”고 답변했다.
힐러리 의원측이 양 진영의 불화를 숨기지 않고 있는 이유는 오바마 의원측이 ‘선거 빚’을 갚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 주지도 않는 데다 부통령 후보 지명도 물 건너 간 것 같다는 판단을 한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힐러리 의원측이 대통령 도전 기회를 한번 더 얻기 위해 실제로는 오바마 의원의 대선 패배를 바라고 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이 상황을 두고 시사주간 타임은 ‘힐러리가 정말로 대권 꿈을 접었는가’라고 의구심을 나타냈고 로이터통신은 ‘힐러리와 남편 클린턴이 공화당 존 매케인과의 결전에 나선 오바마에게 새로운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는 분석기사를 내놓았다.
민주당 내에서 우려가 확산되자 오바마와 힐러리는 6일 공동 성명을 내고 양측이 11월 대선 승리를 위해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강조했으나 두 의원간 균열이 이 성명으로 봉합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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