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쇠고기 협상 결과를 두고 연일 정부 여당을 압박해오던 야3당이 '칼'을 빼들었다.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과 재협상 촉구 결의안을 이번 주에 처리키로 한 것이다. 하지만 이는 양날의 칼이다. 성과를 낸다면 정국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지만, 역으로 스스로의 입지를 축소시키는 부메랑이 될 수도 있다.
통합민주당과 자유선진당, 민주노동당 등 야3당은 19일 정운천 농식품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21일 국회에 제출키로 했다. 검역주권과 국민 건강권을 송두리째 내어준 '굴욕협상'에 대해 책임을 묻겠다는 뜻이다. 민주당 김효석 원내대표는 "해임건의안의 경우 제출한 지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22~23일 처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장관 해임건의안은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의 발의, 재적의원 과반수 찬성으로 통과된다. 야3당 의석을 합하면 현 재적의원(291명)의 과반이 넘는 151석이다. 지금까지처럼 공조만 제대로 이뤄진다면 해임건의안 처리는 가능하다. 야권에선 "해임건의안은 설사 정부가 재협상에 나서더라도 철회하기 어려울 것"(민주당 핵심 당직자)이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하지만 이 같은 기대가 쉽게 충족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우선 18대 총선 불출마ㆍ낙선의원들이 적지 않아 행동통일을 장담하기 힘든 상황이다. 청와대의 여야 영수회담 제의로 민주당과 선진ㆍ민노당 사이에 미묘한 기류가 형성되면서 찰떡공조에 금이 갈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재협상 촉구 결의안의 처리도 쉽지 않다.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에 출석의원 과반수 찬성으로 가결하는 일반안건이라 본회의 처리는 해임건의안에 비해 용이하지만, 해당 상임위인 농해수위를 거쳐야 본회의 상정이 가능하다는 점이 난제다. 한나라당 소속 권오을 농해수위 위원장이 의사봉을 쥐고 있어 여야 간사가 합의하지 않으면 진전이 어렵다. 재협상 반대라는 한나라당의 입장에 변화가 없으면 결의안 상정 자체가 원천 봉쇄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실제로 야3당은 19일 이미 한차례 좌절을 경험했다. 한나라당이 야3당의 농해수위 개최 요구에는 응하면서도 안건 협의에 불응, 결국 전체회의 개의조차 못했다. 20일 이후라고 해서 상황이 크게 달라질 것 같지도 않다.
물론 야3당에겐 한미 쇠고기 협상 결과에 대한 광범위한 비판여론이 든든한 원군이다. 한나라당이 시간끌기로 일관할 수는 없을 것이란 낙관론도 있다. 마찬가지로 야3당에게도 이번주가 17대 국회 마지막이라 시간이 없다. 칼을 빼든 야3당의 정치력이 중요한 시험대에 올랐다는 얘기가 그래서 나온다.
양정대 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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