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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향 '몰아치기 공연' 탈 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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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향 '몰아치기 공연' 탈 날라

입력
2008.01.28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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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은 공연계에서 비수기로 통한다. 각 공연장과 단체들이 때맞춰 여는 신년음악회 외에는 별다른 음악 공연이 없는 게 보통이다. 오케스트라나 연주자들도 이 때 휴가를 가는 경우가 많다. 예술의전당 음악당은 매년 1월 무대 점검을 위해 문을 닫는 데다 올해는 금호아트홀도 확장 공사에 들어가 더욱 조용하다.

하지만 서울시향은 예외다. 지난 연말 브람스 사이클을 마친 서울시향은 연초부터 엄청나게 빡빡한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다. 1월 2일 신년음악회에서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1번과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4번을 연주한 데 이어 9일에는 슈만 피아노 협주곡과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5번을 공연했다.

지역 구민회관이나 교회 등에서 열리는 찾아가는 음악회가 17, 23, 24일 이어졌고, 20일에는 태안 돕기 특별 콘서트가 더해져 말러 교향곡 1번을 연주했다.

서울시향의 숨가쁜 행보는 2월에도 계속된다. 올해의 메인 프로그램인 총 7회의 마스터피스 시리즈 중 3회가 2월에 몰려있다. 2일에는 모차르트 바이올린 협주곡 4번과 말러 교향곡 9번, 21일에는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1번과 말러 교향곡 1번, 29일에는 메시앙의 투랑갈릴라 교향곡을 연주한다.

모두 정명훈 지휘다. 2월 4일과 12, 13, 14일에는 찾아가는 음악회가 열리고, 20일에는 예술의전당 개관 20주년 프로그램인 ‘코리안 월드 스타’ 공연이 있다. 다른 공연이 별로 없는 시기라 서울시향의 강행군은 더욱 눈에 띈다.

서울시향의 1년 스케줄을 보면 주요 공연은 1, 2월을 비롯해 7, 8월 그리고 11, 12월에 집중돼있다. 국제 무대에서 활동하는 정명훈이 이끄는 서울시향으로서는 그가 국내에 머무는 동안 ‘몰아치기’를 할 수 밖에 없다. 수입 또한 이 때에 몰린다. 외국 오케스트라는 휴가를 가거나 문을 닫고 음악 축제에 참가하는 시기다.

나머지 기간 동안 정명훈은 프랑스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과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로열 콘서트헤보 오케스트라, 라스칼라 오케스트라 등과 함께 세계를 돈다.

짧은 기간 내에 많은 레퍼토리를 연습하고 연주한다는 것은 정신적으로나 체력적으로 엄청난 부담이다. 국제적 수준의 오케스트라로 체질을 개선하기 위해 이 정도 스케줄은 소화해야 한다고 하지만, 전용 콘서트홀이 없어 연주 일정을 대관 일정에 맞춰야 하는 서울시향으로서는 쉽지 않은 일이다. 연주의 질이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한 단원은 “예술감독이 지휘할 때는 라디오 프랑스 필 단원 여럿이 객원으로 참여하기 때문에 외견상으로는 드러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이것이 과연 우리의 소리인가 고민될 때가 있다”고 말했다.

정명훈이 예술감독을 맡은 이후 서울시향은 비약적 발전을 했다. 세계적 지휘자를 예술감독으로 둔 이상 이런 몰아치기 연주는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 단계 더 발전하기 위해 좀 더 지속적이고 꾸준한 트레이닝이 필요한 서울시향으로서는 고민해봐야 할 문제다. 서울시향의 한 관객으로서도 아쉬움을 떨칠 수 없다.

김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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