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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부토 암살과 암울한 파키스탄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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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부토 암살과 암울한 파키스탄 정치

입력
2008.01.02 0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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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파키스탄 민주화를 상징했던 부토 전 총리의 암살은 이 나라의 암울한 정치현실을 확인시켰다. 세계가 놀란 테러에 무샤라프 대통령과 미국 정부는 입을 맞춘 듯 알 카에다 등 테러세력의 만행을 규탄했다.

그러나 반기문 유엔사무총장과 바로소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등은 "파키스탄 민주주의와 민정 복귀에 대한 테러"라고 비난했다. 테러 배후를 체제 내부세력으로 보는 객관적 시각에 접근한 논평이다.

이런 시각은 무샤라프의 군부와 부토의 파키스탄 인민당(PPP) 등 야당세력의 권력 분점을 위한 총선을 열흘 남짓 앞둔 사실에 주목한다.

총선에서 다수 의석을 확보, 문민정부를 이끌 것이 확실시된 부토의 피살로 총선과 민정복귀는 미뤄질 수밖에 없다. 군부세력을 곧장 테러 배후로 지목하는 이유다.

오랜 군부통치에 대한 반발에 시달리던 무샤라프는 미국의 압박 때문에 부토의 귀국과 과거 부패혐의 사면 등을 수용했다.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에 긴요한 무샤라프 정권의 안정을 위해 부토에게도 타협을 종용했다. 이에 따라 무샤라프는 참모총장 직을 내놓고 문민 대통령의 허울을 갖췄으며, 부토는 미국 비난을 자제했다.

부토 암살은 이런 타협구도를 허물었다. 파키스탄과 무샤라프 정권은 한동안 심한 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부토를 대신할 만한 야당지도자는 소수파인 샤리프 전 총리가 유일한 점에서 테러 배후세력의 의도를 유추할 수 있다.

권력의지가 남다른 부토와의 불안한 동거를 어떻게 해서든 피하고, 분열된 야당을 형식적 문민통치의 동반자로 삼으려는 음모로 보는 견해가 많다.

파키스탄 군부는 사회 개혁과 현대화에 앞장섰으나 스스로 특권체제를 구축, 민중과 멀어졌다. 여기에 도전한 부토는 영웅적 존재로 각광 받았다.

그러나 두 차례 집권에서 정치엘리트 계층의 부패와 무능을 여지없이 입증, 빛을 잃었다. 그리고 12년 만에 다시 권력 복귀를 꾀하다 비극적 최후를 맞았다. 추종자들의 울부짖음에도 불구하고, 역사가 그를 어찌 평가할지는 분명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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